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 신도회 소식

삼화사와 진전사지, 수행의 길을 다시 묻다 선림원 18기 주간반 삼화사, 진전사지 기행문

  • 입력 2026.01.01

2025년 11월 19일, 선림원에서의 2년 수행을 마무리하며 교육수행원장 덕산스님을 모시고 도반들과 강원도 동해로 졸업 사찰순례를 떠났다. 이 여정은 여행이라기보다, 그동안의 공부와 수행을 삶의 자리로 회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마음을 점검하는 수행의 연장이었다.

 

수륙의 인연을 품은 도량, 삼화사

동해의 깊은 산자락에 안긴 삼화사에 들어서자, 먼저 마음이 낮아졌다. 삼화사는 수륙대재로 이름 높은 도량이다.

물과 육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르지 않고 모두를 품는 그 법회의 정신은, 수행이란 결국 경계 짓는 마음을 허무는 일임을 말없이 전하고 있었다. 대웅전 앞에서 합장한 채 서 있으니, 그동안 ‘나의 공부’, ‘나의 수행’이라 여겨왔던 마음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수륙대재의 공덕은 특별한 의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매 순간 중생을 향해 마음을 여는 데 있음을 삼화사는 조용히 일러 주었다. 교육수행원장스님의 말씀은 이 도량의 침묵과 어우러져, 경전에서 읽던 자비가 현실의 삶으로 내려오는 순간이 되게 했다.

 

철로 빚은 광명, 삼화사 철조 노사나불좌상

삼화사에서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았던 것은 철조 노사나불좌상이었다. 차갑고 단단한 쇠로 빚어졌음에도, 그 앞에 서면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노사나불은 법신불의 지혜가 광명으로 드러난 존재라 한다.

형상은 무겁되 뜻은 가볍고, 재질은 강하되 자비는 유연했다.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 온 철조의 몸체에는 수많은 기도와 사연이 겹겹이 스며 있었고, 그 침묵은 오히려 많은 말을 건넸다. 흔들리지 않는 결가부좌는 분주한 마음을 잠시 멈추게 했고, 낮게 드리운 시선은 바깥을 향하기보다 안으로 돌아보라 일러 주는 듯했다. 쇠가 녹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기를 견디듯, 수행 또한 일상의 마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이 불상 앞에서 새삼 배웠다. 철조 노사나불좌상은 화려함으로 중생을 이끄는 부처가 아니라, 고요함으로 스스로를 비추게 하는 부처였다.

 

형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만난 법, 진전사지

이어서 찾은 진전사지는 전각보다 넓은 여백이 먼저 맞아 주었다. 도의선사가 선의 씨앗을 뿌린 이곳에는, 남아 있는 것보다 사라진 것이 더 많은 듯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 ‘없음’ 속에서 선의 본뜻이 또렷이 드러났다.

석탑 앞에 서서 바라본 진전사지는, 말과 글 이전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었다. 도의선사가 이 땅에 전하고자 했던 것은 화려한 법문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마음을 바로 보라는 침묵의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교육수행원장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그동안 배움에 기대어 안주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법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되, 바라보는 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도반, 수행의 거울

이번 여정에서 가장 깊이 남은 인연은 역시 도반들이었다. 함께 공부하며 때로는 앞서고, 때로는 뒤처지며 서로를 비추던 시간들. 삼화사와 진전사지를 함께 걷는 발걸음 속에서, 수행은 결코 혼자의 길이 아님을 다시 확인했다. 도반은 나의 마음을 비추는 가장 정직한 거울임을 이 여행은 분명히 보여 주었다.

 

졸업,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수행

졸업이라는 말은 끝을 의미하지만, 수행에서는 오히려 시작에 가깝다. 도량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수행은 시험대에 오른다. 삼화사에서 배운 자비의 넓음과 진전사지에서 마주한 침묵의 깊이를, 이제는 가정과 사회, 삶의 자리에서 실천해야 할 차례다. 동해의 바다는 말없이 넓었고, 그 앞에서 각자의 서원은 더욱 단단해졌다. 이번 졸업순례는 풍경을 남기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마음에 방향을 새기는 수행이었다. 인연에 감사하며, 배움은 많았으나 실천은 늘 부족했음을, 일상에서는 쉽게 잊고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게 되었다. 오늘의 성찰을 잊지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한걸음 한걸음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갈것을 스스로에게 조용히 다짐하며, 이 모든 공덕을 삼보전에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석가모니불_()_

 





 

선림원 법장생 이은화 (신도회 교육·수행법회)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