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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모두를 망치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어느 날,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수행자를 보고서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오랜 옛날 바라나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동물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도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이곳저곳에 새장을 만들어 걸어두었지요. 새장의 문은 늘 열려 있어서 새들이 자유롭게 나고들 수 있었습니다.
도시의 아주 큰 부잣집 요리사도 부엌에 새장 하나를 만들어 걸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때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살타이던 시절, 비둘기로 태어났는데 바로 이 새장에 깃들어 살고 있었지요. 보리살타 비둘기는 아침 일찍 새장을 떠나 먹이를 구하러 날아간 뒤에 저녁이 되어야 돌아왔습니다. 한편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가 이 부엌 위를 지나가다가 생선 비린내를 맡았습니다. 순간 욕심이 일어났지요. ‘어떻게 하면 저 생선 살점을 먹을 수 있을까.’까마귀는 날아가다 말고 종일 부엌 가까운 곳에 앉아서 생선을 노렸습니다. 다 저녁이 되어 보리살타 비둘기가 요리사 부엌으로 날아 들어가는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비둘기를 이용해서 생선을 손에 넣어야겠다.’다음 날, 아침 일찍 날아온 까마귀는 보리살타 비둘기가 먹이를 구하러 날아가자 그 뒤를 따라 다녔습니다. 보리살타 비둘기가 물었지요.“까마귀야, 너는 왜 내 뒤를 따라 다니는 거야?”“네 모습과 행동이 참 맘에 들기 때문이야. 지금부터 너를 따라 다니며 시중을 들고 싶어.”보리살타 비둘기가 말했습니다.“우리 비둘기는 너희 까마귀들과 다른 것을 먹고 살지. 먹이가 서로 다르니 네가 내 뒤를 따라 다니며 시중들 일은 없단다.” “아냐. 네가 먹이를 먹을 때 나도 같은 걸 먹으면 돼. 아무튼 난 널 따라 다닐 거야.” “좋아. 단, 함부로 행동하면 절대로 안 돼. 그것만 명심 하길 바라.” 보리살타 비둘기는 까마귀에게 충고하고 자기 먹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 돌아다니며 풀의 씨앗 등을 먹었습니다. 비둘기가 먹이를 먹고 있을 때 까마귀는 다른 곳으로 가서 소똥을 헤쳐서 벌레를 먹고 배를 불렸지요. 그런 뒤에 비둘기에게 날아가서 말했습니다. “이보게, 충분히 돌아다녔어.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아.”보리살타 비둘기가 먹이를 다 먹고 돌아가려고 날아오르자 그 옆에 착 달라붙어서 함께 요리사 부엌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요리사가 말했습니다.“우리 비둘기가 친구를 데려왔구나. 그러면 친구 까마귀에게도 새장을 마련해줘야겠지?”이렇게 해서 새 두 마리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부호 집안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생선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요리사는 생선을 받아서 부엌 여기저기에 매달아 두었는데 까마귀가 그것을 보자 욕심이 일었습니다. ‘옳지! 내일 아침은 먹이 구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 생선을 배불리 먹기로 하자.’
까마귀는 당장이라도 생선살을 먹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아주 힘들게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보리살타 비둘기가 말했습니다.
“이봐, 까마귀! 아침을 먹으러 가야지!”“난 지금 몹시 배가 아파. 그러니 날 그냥 내버려두고 혼자 먹으러 다녀와야겠어.”
“저런, 까마귀가 배탈이 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걸. 자네는 이 생선 살이 먹고 싶은 게로군. 그런 생각은 절대 하면 안 돼! 자, 어서 함께 먹이를 구하러 나가자. 우리 같은 새들은 인간의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어렵단 점을 기억해야 해. 함부로 인간의 음식을 탐해서는 안 돼. 어서 일어나. 나와 같이 먹이를 구하러 나가자.”“이봐, 비둘기! 나는 정말 지금 어디로도 날아갈 수 없단 말이야.”“금세 들통이 날 터인데 빤한 거짓말을 하고 있군. 탐욕의 노예가 되어서 칠칠치 못하게 행동해선 안 돼.” 보리살타 비둘기는 충고한 뒤에 먹이를 구하러 날아갔습니다. 한편, 요리사는 온갖 솜씨를 부려 생선살을 조리했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김을 식히려 뚜껑을 조금 열어서 국 냄비를 용기 위에 올려둔 뒤에 땀을 식히려 밖으로 나갔습니다. 새장 안에서 부엌을 살펴보다 요리사가 나갔음을 안 까마귀는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지요.‘이제 됐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생선을 먹을 때가 마침내 왔다. 어서 나가서 저 생선들을 먹어야지. 어디 보자, 큼직한 살덩어리를 먹을까, 아니면 으깬 것을 먹을까.’까마귀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니다. 으깬 것은 웬만큼 먹어서는 배가 차지 않지. 큼직한 살덩어리를 새장 안으로 물어다 놓아야겠다.
그것 먹으면서 잠이나 한숨 푹 자야겠어.’까마귀가 새장을 나와 국그릇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그 순간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지요. 밖에서 땀을 식히던 요리사는 그 소리를 듣자 놀라서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생선을 노리는 까마귀를 발견했습니다.
“이 고약한 까마귀 녀석! 내가 주인을 위해서 애써 생선을 요리해두었는데 그걸 먹으려고 했단 말이야? 이 녀석, 나를 먹여 살리는 사람은 이 집 주인님이시지 네가 아니란 말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요리사는 서둘러 부엌의 문을 죄다 닫아걸었습니다. 그리고 당황한 까마귀를 붙잡아서 온몸의 털을 다 잡아 뜯었습니다. 털이 뜯겨나간 몸뚱이에 날 생강을 소금에 절인 채소와 함께 버무린 뒤에 산미가 있는 버터기름을 휘 휘 저어서 까마귀 몸 전체에 바른 뒤 그대로 새장 속에 던져 넣었지요. 산채로 털을 다 뜯긴 데다가 고약한 향신료에 기름까지 온몸에 뒤범벅이 되어 까마귀는 견딜 수 없이 아팠습니다. 끙끙 앓다 혼곤히 잠들고 말았지요. 그날 저녁, 먹이를 찾으러 떠났다가 돌아온 보리살타 비둘기가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까마귀를 보았습니다.“아, 이 욕심 많은 까마귀야. 왜 내 말을 듣지 않았지? 네 욕심 때문에 지금 얼마나 괴로운 지경에 떨어지고 말았구나.”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습니다.
이미령 (경전 이야기꾼, 불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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