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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반, 부부로 맺어지다

  • 입력 2014.03.05
  • 수정 2024.11.05

우리 사이 도반 사이(청년회 박효진, 김성은 부부)

 

 

▲ 청년회 박효진(오른쪽), 김성은(왼쪽) 부부

어느 날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수행을 하는 데 도반道伴이 얼마나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느냐?”
제자들이 앞다투어 대답했다.
“절반입니다.”
“삼분의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의 대답을 모두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도반은 수행의 전부이니라.”

사찰 순례하며 데이트, 사랑과 신뢰 싹터
수행자에게 도반이 수행의 전부라면 세속의 삶에서 배우자가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도반은 세상 인연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인연이다. 더구나 부부가 도반이라면 그 인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처님의 크나큰 가피이며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조계사청년회 새내기 1년차인 도경 박효진(36) 불자와 명덕행 김성은(33) 불자가 이 가피와 행운의 주인공이다. 더구나 조계사청년회를 통해 만난 인연이고 보니 둘 사이에 신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선지 만난 지 여섯 달 만인 작년 11월 17일에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혼례를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아직 따끈따끈한 새댁과 새신랑인 셈이다.

 

 


“저희는 조계사청년회 연수원 동기예요. 2013년 3~4월 두 달간 같이 교육을 받았어요. 청년회 회원이 되려면 이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하거든요. 동기가 35명인데 교육받을 때는 둘이 서로 몰랐고, 교육 마치고 우연히 생활불교부에 같이 들어가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정식으로 데이트를 한 건 여섯 달 정도. 그 기간에 두 사람은 생활불교부에서 경전 공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청년회 회원으로 낯을 익혔다.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청년회 법회에 최소한 한 번은 참석하기로 약속해서 만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낙산사, 보리암, 신흥사 등 평소 가보고 싶었던 절을 찾아다니면서 데이트 겸 순례를 함께했다.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키우기에는 충분했던 셈이다.

 

둘 다 뿌리 깊은 불자 집안 출신, 부모님들 대환영

“첫인상이 선해 보였어요. 성격도 다정한 편이예요.”

신랑이 착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는 신부 김성은 씨. 신부가 똑 부러지고 도시적인 외모라면 신랑 박효진 씨는 마음씨 좋고 후덕한 인상이다. 성격도 외모와 비슷해서 부부 싸움을 해도 신랑은 감정은 흘러가는 것이라 믿고 묻어두는 편인 데 비해 김성은 씨는 문제는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쪽 집안이 독실하게 불교를 믿는 집안이라 부모님들은 상대방이 불자라는 것만도 흡족해 하셨다. 혼인 적령기가 꽉 찬 데다가 상대방에 대한 믿음도 있으니 미룰 일이 아니라 생각해서 좀 서둘러서 식을 올렸다. 그 때문에 조계사청년회 회원들끼리의 혼인이야 드문 일이 아니지만 웬만해서는 두 사람의 짧은 연애기간 기록을 깨지기 힘들 것이라며, 부러움과 짓궂은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박효진 씨와 김성은 씨는 어릴 때부터 부처님을 알았다. 박효진 씨는 서울 은평구 삼보사 어린이부와 청소년부 출신이다. 외할머니의 인도로 다니다가 대학생이 되면서 삼보사에 청년회가 없어 그만 절에서 좀 멀어졌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불교가 새롭게 다가와 깊이 있게 공부도 하고 싶고 도반들과 활동도 하고 싶어졌다. 수소문한 끝에 작년 초에 조계사청년회를 찾아와 회원으로 가입했다.

“교리공부는 어릴 때부터 삼보사에서 했고, 불교 책을 읽으면서 부처님 말씀을 배우긴 했지만 혼자 공부하면 오류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도반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지요. 어릴 때는 잘 모르면서 부처님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부처님 가르침이 제 삶의 철학이며 가치관이 되었고, 부처님은 제 스승이며 인생의 등대 같은 존재가 되었어요. 청년회에서 회원들과 함께 경전 공부도 하고 법문도 들으면서 규칙적인 신행을 할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천태종 신도인 부모님을 따라 분당 대광사에서 관음기도 위주로 신행해온 김성은 씨도 기도보다 교리를 공부하고 싶어 조계사를 찾아왔다. 젊은이답게 불교를 지성이나 철학적 측면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두 사람이 혼인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청년회 법회에 참석하자는 것이었다. 신혼생활과 직장 일로 버거우면서도 이 다짐을 지키려는 모습에서 두 도반이 청년회 활동에서 얻는 만족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박효진 씨는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이고, 김성은 씨는 미술심리치료사다. 박효진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3년간 직장에 다니다가 로스쿨에 들어갔다. 애초 금융과 세무 분야의 전문 변호인이 되는 게 목표였다. 그는 봉사에도 관심이 많다. ‘유전무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유전감죄’가 현실인 만큼 법조인으로서 세상을 맑히는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게 그 이유란다.

김성은 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어린이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미대를 졸업하고 3년간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와 실내인테리어 일을 했으나 늘 뭔가 허전하고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전공을 살리면서 남도 돕고 나도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어요. 그렇게 일을 바꿔 4년 전부터 미술심리치료사가 되었는데, 경제적으로는 좀 불편하지만 보람이 있고 행복해요.”

특히 명상이나 만다라치료 등 불교적 요소들이 도움이 되어 불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사회복지 분야의 특성상 타종교인이 압도적으로 많아 가끔 소외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는 불자임을 당당하게 밝힌다. 우려와 달리 불이익보다 오히려 존중받고 배려해줄 때가 더 많았다고 한다. 요즘 불교계 사회복지재단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부부 도반의 모범이 되고자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청년회 연수원 교육을 받고 느낀 점이 많아 주변에 청년회 활동을 굳이 안 해도 괜찮으니 연수원 교육을 받아보라고 적극 권하고 있다. 이미 교육을 받고 청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가 두 명이나 된다. 박효진 씨의 봉사 계획에 연수원 교육 관련 봉사도 추가되었다. 교육과정이나 교육 내용 등을 좀더 보완하고 개선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단다.

“청년불자들이 대상이므로 불교의 기초 가르침을 먼저 공부시키고 난 뒤에 기도나 신앙으로 넘어가도록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요즘 혜민 스님이나 법륜 스님 등 인기 있는 스님들께 감명받고 스스로 불교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데, 그들을 꼭 잡아야 해요. 그런 젊은이들에게는 기복보다 교리가 더 설득력이 있거든요. 현재의 불교 교육은 교리와 신앙이 뒤섞여 있는데, 기복적 신앙은 걸러주어야 합니다. 더 공부해서 그런 일도 하고 싶어요.”

그간 조계사청년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나 당부할 게 있느냐고 묻자 부부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소신 있게 입을 모아 대답한다.

청년회에서 만나 부부 인연을 맺은 도반들 대부분이 미혼일 때는 열심히 활동하다가 혼인하고 나서 오히려 활동이 뜸해진다며 안타까워한다. 청년회 법회 공간이 부족하고 어린 자녀 동반이 어려운 점 등이 원인이라며, 사중에서 적극 신경써주면 나아질 것이라고 당부한다.

특히 불교 집안에서 청년들이 모일 장소가 별로 없다는 점과 바닥에 앉는 좌식 환경 등의 사소하지만 청년 포교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에도 범종단 차원의 해결책을 기대한다고 강조한다.

김성은 씨는 바지를 입지 않으면 불편한 절의 좌식 환경이 젊은 여성들을 불교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귀띔을 살짝 덧붙인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젊은 세대의 얽매지 않은 생각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부가 나란히 부처님 법을 따르는 도반이어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제사, 전통 예법 등 공감대가 넓어 갈등이 적고, 불교를 소재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돼요. 물질에 덜 끄달리는 등 가치관이 비슷하고, 그러면서 서로 그런 모습을 존중하게 돼요.”

부부로 그리고 도반으로 인연 맺게 해준 조계사에 ‘갚음’하겠다고 마음을 모으는 박효진 ․ 김성은 도반. 우연히 같은 생각으로 같은 시기에 조계사를 찾아 부부 도반이 된 그들의 인연은 아마 몇 겁의 필연이 아닐까 싶다. 남쪽 선암사의 고매화 향기가 조계사 일주문을 간질이는 화사한 봄날이다.

 


 

 

조계사 글과 사진 :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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