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도회 소식
- 전각의례법회장 법성화 홍순분 (신도회 전각의례법회)
- 2026년 10월호
백중, 감사와 회향의 마음을 되새기다
백중(百中)은 음력 7월 15일에 지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시명절이자 불교의 중요한 명절로,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오신날, 출가절, 성도절, 열반절과 함께 불교의 주요 명절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습니다.백중은 단순히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을 추모하는 날에 그치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은혜를 되새기고, 모든 인연 있는 존재에게 공덕을 회향하며 자신의 삶과 마음을 돌아보는 수행의 날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백중은 ‘백종(百種)’이라고도 하는데, 이 무렵 여러 곡식과 과일이 익어 백 가지 음식을 갖추어 공양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한여름의 힘든 농사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기였기에 머슴과 일꾼에게 하루 휴식을 주고 음식과 놀이를 즐겼으며, 이를 ‘머슴날’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백중에는 농경사회의 세시풍속과 불교의 우란분절 전통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불교에서 백중의 기원은 『우란분경(盂蘭盆經)』에 나오는 목련존자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귀의 세계에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목련존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음력 7월 15일 안거 수행을 마친 스님들께 정성껏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을 어머니에게 회향했습니다. 그 공덕으로 어머니가 마침내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에서 백중의 의미가 비롯되었습니다.이를 통해 백중은 부모님의 은혜를 되새기고 효를 실천하는 날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개인의 힘만으로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삼보에 귀의하고 선업을 쌓아 그 공덕을 다른 존재에게 돌리는 불교의 ‘회향’ 정신을 보여줍니다.백중은 한국불교와도 깊은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음력 7월 15일은 스님들이 하안거 수행을 마치는 해제일과 연결됩니다. 수행을 마친 청정한 승가에 재가불자들이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공양하고, 그 공덕을 부모와 조상, 나아가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이 우란분재의 중요한 의미입니다. 따라서 백중에는 영가를 위한 천도뿐 아니라 승가에 대한 공양, 수행, 보시와 공덕의 회향이라는 뜻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 조계사에서도 이러한 백중의 전통을 소중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2026년(불기 2570년)에도 7월 10일(금) 입재를 시작으로 8월 27일(목, 음력 7월 15일) 백중 회향까지 49일간의 기도를 봉행하고 원만히 회향했습니다.회향 법회는 범종 7타를 시작으로 영단 대표 헌향, 대령ㆍ관욕, 발원문 봉독, 대표 위패 관욕 및 이운, 신도 대중 시식, 봉송의식, 소전의식, 회향사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신도들은 선망부모와 조상, 인연 있는 모든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49일 동안 이어온 기도를 정성스럽게 회향했습니다.조계사 주지 담화 원명 큰스님께서는 법문을 통해 “회향이란 내가 지은 공덕을 조상님과 영가님, 법계의 모든 인연 있는 분들께 돌려 공덕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회향의 참뜻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또한 하나의 횃불에서 수많은 불씨로 나누어져도 그 빛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온 세상을 밝히듯, 보시의 공덕 또한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전하셨습니다.그렇다면 백중을 맞이하는 불자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첫째는 감사와 효의 마음입니다. 오늘의 나는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조상, 가족, 스승, 이웃 등 수많은 인연의 도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뿐만 아니라 살아 계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공경하는 실천이 더욱 중요합니다. 부모님께 따뜻한 말을 건네고 안부를 살피며 작은 것이라도 행동으로 효를 실천하는 것이 백중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길일 것입니다.둘째는 참회의 마음입니다. 불자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말과 행동,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욕심과 분노로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업장 소멸을 기원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업을 맑히고 앞으로 선한 행동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 함께할 때 백중기도의 의미는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셋째는 보시와 자비의 마음입니다. 목련존자의 이야기가 가르쳐 주는 중요한 의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회향입니다. 백중에는 사찰에 공양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고, 아픈 사람을 위로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 또한 훌륭한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선행이라도 자신만의 복을 위해 행하기보다 부모와 조상, 모든 중생의 행복을 위해 회향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마지막으로 인연과 무상을 돌아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것처럼 살아가지만, 불교에서는 모든 만남에는 언젠가 헤어짐이 있고 태어난 모든 존재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무상의 가르침은 삶을 허무하게 바라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인연이 영원하지 않기에 살아 있는 동안 더욱 아끼고 사랑하며 감사하라는 가르침입니다.결국 백중은 죽은 이를 위한 날인 동시에 살아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한 수행의 날입니다. 백중을 맞아 ‘나는 어떤 인연의 도움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인연이 되어주고 있는가’를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이러한 성찰이 감사와 효행, 보시와 자비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백중은 해마다 반복되는 하나의 불교행사를 넘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소중한 수행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백중을 맞아 우리를 있게 한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지은 공덕을 모든 인연 있는 이들에게 회향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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