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도회 소식
- 신도국 (신도회지역법회)
- 2025년 12월호
부처님과 함께하는 가을 나들이
양천지역장 지인행 기현정<삼척 천은사, 울진 불영사>아침 햇살이 붉게 물드는 순간, 물빛과 빛을 벗 삼아도착한 곳, 강원도 삼척의 천년고찰 천은사. 가을을품은 고즈넉한 산사는 우리를 환히 맞아주었고, 법우님들의 얼굴에는 절로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천은사에서의 점심공양은 그야말로 극진했다. 정라진찹쌀떡의 쫀득한 따스함, 식혜의 달콤한 온기, 아홉번 찌고 말려낸 구기자차의 깊은 향기까지 여유로운 시간을 뒤로하고, 조금 늦은 오후 우리는 불영사로 향했다. 11월의 불영사는 화려함과 평온함이 기묘하게공존하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 가을, 법우님들 마음속에 오래도록 풍성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고양지역장 보공 김지영<공주 갑사, 신원사>온 산야가 울긋불긋 물든 가을, 고양지역법회 신도들은 내면의 부처를 찾는 순례길에 올랐다. 신라 화엄 십찰의 하나이자 호국사찰인 갑사 대웅전 앞에서는 고요 속에서 부처님과 마음의 부처가 은근히 마주앉는 듯한 짧지만 깊은 명상의 시간이 흘렀으며, 이어찾은 신원사는 노랑과 붉음이 어우러진 단풍 터널이빛을 머금어 부처님의 염화미소처럼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또한, 나라가 산신께 제를 올리던 유일한공간, 중악단 앞에서는 선대의 정성에 자연스레 경배의 마음이 일어났다. 이번 성지순례는 신도들의 불심을 다시 확인하고 내 마음속 부처와 조용히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나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을빛처럼 고요히 가슴에스며들었다. 강북지역장 상도심 신순임<남원 실상사, 백장암>이번 실상사와 백장암 성지순례는 지역 법회이자, 마음 깊이 새겨지는 귀한 여정이었다.도법 큰스님께서들려주신 법문 속에는 조계사의 역사까지 더해져, 오래된 가르침이 오늘의 우리 마음에 고요히 내려앉았다. 그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결에 스며들어 모든보살님들의 얼굴이 잔잔한 만족으로 물들었다. 맑게 갠 날씨는순례길을 한층 부드럽게 감싸주었고,신라 시대에 세워진 실상사와 백장암의 유구한 자취는 경외심을 일으켰다. 깊은 산세와 고요한 절집이 펼쳐내는 풍경은 마치 시간을 넘어 온 부처님의 숨결처럼 은은했다. 무탈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온 하루. 그 날의 정성과 감동이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맑은 향처럼 머물기를—감사합니다. 안양지역장 내원궁 김인주<화성 용주사, 여주 신륵사, 안성 칠장사>11월 9일 이른 아침, 안개 속을 가르며 신륵사에 도착했을 때, 눈앞의 안개는 오히려 극락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듯했고, 나옹스님의 부도탑 앞에서 드린 예불과 탑돌이는 잠든 마음을 깨우는 고요한 감동이었습니다. 빨강·노랑·파랑이 뒤섞인 칠장사의 가을 풍경은순례자들의 마음에 부처님 빛깔을 물들였고, ‘합격 다리’에서 매단 작은 소원들은 바람결에 흔들리며 따뜻한 희망을 속삭였습니다. 용주사에 이르러 바라본 언덕은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정토와 룸비니 동산이 시간의 벽을 넘어되살아난 듯 신비로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융릉에서는 솔향과 풀내음이 온전히 마음을 어루만지며 순례를 향기롭게 마무리해 주었습니다.그날의 행복은 오래도록 마음 속 등불로 밝게 남아 있을 것입니다. 동대문지역장 수정화 유경숙<의성 고운사, 예천 용문사>가을빛이 깊어가던 날, 우리는 동대문을 떠나 고운사로 성지순례를 나섰다. 노랑과 붉음으로 물든 산길은아름다웠지만, 천년사찰 고운사를 기다리고 있을 상처를생각하니 마음이 묵직해졌다. 버스에서 내린 순간, 까맣게 숯이 되어버린 소나무들과 타버린 범종, 무너진 기와의 모습은 아픔이었고,기도를 부르는 침묵이었다. 주지스님의 법문 속에는 기적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살아야 하고, 비워야 하고, 다시 채워야 하는 삶의 이치를 사찰이 몸으로 보여준 듯했다. 오늘 내내 마음속에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만 흘러나왔다. 고운사가 하루빨리 다시 일어서기를,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기를, 가을 하늘 아래 작게, 그러나 깊게 기도해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