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도회 소식
- 무애 이서윤 (신행수기)
- 2025년 11월호
약 대신 기도, 그 치유의 여정
2022년 1월, 생전 처음 119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더니,이내 한쪽 몸이 마취주사를 맞은 것처럼 감각이 사라지고 한쪽 얼굴은 움직이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뇌졸중이 아닐까 겁이 났고, 그날 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검사를 거쳐 결국 내려진 진단은 ‘편두통’. 원인을 묻자 의사 선생님은 다시“편두통입니다”라고만 대답하셨습니다. 원인도, 병명도 모두 편두통이라고요. 그날 이후 저는 한 달에 한 번, 스스로 복부에 주사를 놓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가의 약이었지만덕분에 증상이 다소 호전되었고, 이후 물리치료학과에 진학해 현재는 4학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습 중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로 인해, 다시 두통이 재발했습니다. 왕복 3시간 거리를 출퇴근하고, 하루 8시간 이상 서서 실습하고, 과제에 치이다보니 결국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되었고, 실습도 중단되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니, 더는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전해왔고, 저는 남은 실습을 이어가지 못한 채 나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해외 물리치료사가 꿈이어서 3차 실습까지 준비하던 중이라 휴학해야 하나 고민해야 했고직장생활하다 늦게 들어온 대학에 스물일곱의 나이에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휴학을 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조계사청년회 연수원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실습이 중단된 뒤 마음이 허전했지만, 집에만 있기 싫어 매일 왕복 3시간씩 걸리는 조계사로 향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계사 근처에만 가도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막연히 부처님 진신사리의가피 덕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매일 대웅전에들르고, 탑돌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연스레 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어요.어느날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기독교는 매일 기도를 하는데, 불교는 기도라는 게없을까?’ 저는 외가가 기독교 집안이었던 영향으로 불교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습니다. 그래서 가피 기념품점에서 책을 찾아보며 공부했고,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인 사경, 108배, 명상 등이 곧 기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무주상의 마음으로기도를 시작했습니다.그러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혹시 내 두통이 목과 어깨 근육의 긴장 때문은 아닐까?’물리치료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지만, 단순한 근육 문제라고 보기엔 그간의 증상이 너무 심했기에 의심을 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직관이 부처님의 가피였다고믿습니다. 바로 동네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시작했고,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두통이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약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고, 대학병원 진료도 종료되었습니다. 휴학하지 않고 졸업할 수 있게된 것입니다.최근엔 <월간 불광 – 중생을 치유하는 약사여래>를읽고, 인스타그램 후기 이벤트에도 당첨되는 기쁨을누렸습니다. 후기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마음의 병을 고치면 몸의 병도 자연스레 낫는다는가르침처럼, 나도 요즘 마음을 돌보다 보니 몸의 병도 조금씩 옅어지는 걸 느꼈습니다.그러다 보왕삼매론의 문장을 보게 되었습니다.“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병이 없어지는 걸 기뻐하던 마음이, 이 구절 앞에서조용히 숙연해졌습니다.이젠 병이 없는 삶을 ‘목표’로 삼기보다, 병과 함께 살아가는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약사여래불이 비추는 빛은 병을 없애는 기적이 아니라, 병과 함께 있는 나를 그대로 품는 자비심이 아닐까요.이후로도 저 는 시간이 허락되는 날 이면 하 루 종일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다시 욕심이 앞서기도했고, 무주상으로 기도하지 못한 날들이 떠오릅니다. 초심을 되찾고, 다시 무주상의 기도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졸업이 가까워진 지금, 충북 자취방에서매주 조계사에 오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조계사가까이에서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며 기다립니다. 조계사 신도 여러분의 신행생활 속 가피담을 나누는 신행수기를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계사보 11월호에는 불교기본교육128기 수료생무애 이서윤님께서 보내주신 신행수기를 지면을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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