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도회 소식
- 행복나눔가피봉사단 상임이사 성월심 이현경 (신도회사회법회)
- 2025년 11월호
두 번의 풍요, 한 마음의 나눔
9월 28일, 제 외아들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오랫동안 품어온 씨앗이 마침내 꽃을 피우듯, 새 가정을꾸리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제 가슴은 설명하기 어려운 벅찬 감정으로 차올랐습니다. 아기를 안고 잠 못 이루던 밤, 유치원에 보낼 때 손을 꼭 잡고걷던 길, 군복을 입고 집을 떠나던 날, 모든 장면이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결혼식장은 가을 햇살처럼 따뜻한 축복으로 가득했습니다. 친지와 하객들이 건네는 축하의 말, 환한 미소 속에서 저는 진정한 풍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습니다. 풍요로움은 꼭 물질의 많고 적음으로만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이 모이고, 기쁨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축복하는 그 순간에 피어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그날의 풍경은 며칠 전, 9월 25일의 기억과 맞닿아있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조계사와 행복나눔가피봉사단이 마련한 ‘추석맞이 나눔한상 든든’을 전달하기위해 선덕원을 찾았을 때였습니다. 이번 지원은 종로구 아동·청소년들과 선덕원 원아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비록 아이들은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이라 직접 만 날 수는 없었지만, 선덕원 선생님들의 반가운 인사와자립청년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이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날 제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순간은 자립청년들이내어주었던 전통차 한 잔이었습니다. 선덕원에서 지낼때 명원문화재단을 통해 다도를 배우고, 이제는 평창동에서 작은 전통차 카페를 운영하며 당당히 자립해나아가는 청년들. 그들이 정성스레 우려낸 따뜻한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이제는 또 다른 이에게 온기를 전하는 존재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감동의 상징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결혼식장에서 아들의 앞날을 축복하던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청년들의 내일 또한 환히 빛나기를 기도했습니다. 이번 ‘든든’ 나눔에 담긴 물품들은 불닭볶음면, 햇반,컵반 등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친근한 음식들이었습니다. 상자마다 정성껏 담겨 종로구에 거주하는 어린이·청소년들과 선덕원에 전달되었습니다. 단순히배를 채우는 먹거리를 넘어, 명절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게 하는 소박하지만 깊은 풍요였습니다. 직접 눈앞에 아이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상자를 열고 환히웃을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마치 제 아들이 결혼식장에서 지은 미소처럼, 그 웃음속에 희망과 설렘이 깃들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혼식의 풍요와 추석 밥상의 풍요, 그리고 ‘든든’을 통해 전해진 아이들의 풍요는 서로 다른 풍경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과 보살핌이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키워내듯, 공동체가 아이들을 품어내듯, 나눔은 세대를 이어가며 새로운 풍요를 피워냅니다. 아들의 결혼식에서 느낀 벅찬 기쁨과 책임, 그리고 선덕원과 종로구 아이들에게 전해진 든든한 한 상이 제 마음속에서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풍요로운밥상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응원입니다. 그 한 끼 속에서 아이들의 꿈과희망이 자라나기를, 언젠가 그들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가을, 제게 주어진 두 번의 풍요로움—아들의결혼식과 ‘든든’ 나눔—은 같은 가르침을 전해주었습니다. 진정한 풍요는 나눌 때 더욱 커진다는 것.그리고 그 나눔이 누군가의 삶을 밝히는 빛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그릇의 밥도 공양이고, 작은나눔도 보살행이다”라는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기며, 앞으로도 도반들과 함께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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