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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도회 소식

불교, ‘이론’을 넘어 ‘체험’으로 만나다

  • 입력 2025.07.01

이번 조계사가 주최한 대만 성지순례(6월 8일~12일)는 내게 특별한 불교적 깨달음의 길이었다. 낯선 이국땅이었지만 왠지 익숙했고, 처음 만났지만 오래 알고 지낸 듯 따뜻했다.
잉거 도자기 마을에서는 장인의 손끝에 깃든 숨결을느꼈다. 흙을 빚고 불을 견뎌낸 그릇 하나하나가 무언의 경전처럼 다가왔다. 중대선사의 법당에 들어서니 고요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108미터의 거대한 불당 앞에 선 나는 자연스레 마음을 내려놓았다. 영축산 불광사 불탑의 물결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 속에서 조용히 나를 비우고, 내면의 평온을 찾았다. 자제공덕회 정사당에서 마주한 봉사자들의 따뜻한 눈빛과 미소는 자비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법고산사에서 들은 “마음을 맑히고, 세상을 맑히자” 불법은 책 속 글자가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살아숨 쉬고 있었다.
자항사 육신불 앞에서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내 육신이 썩지 않으면 공덕의 증표로 삼으라.” 생과사의 경계에서반야심경을 읊조리는 마음은 깊이 울렸다.
이번 여정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듬고, 다시 따뜻하게 채우는 시간이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겹겹이 가사를 걸치신 스님들의 땀방울, 여든을 넘긴 거사님과 보살님들의 정진 어린발걸음, 조용히 마음을 살펴주던 종무원들의 배려, 그리고 57명의 도반님 한 분 한 분의 따뜻한 마음. 이 모든 것이 곧 살아 있는 불교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자비였다. 자비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잔잔한 눈빛과 묵묵한 실천, 그리고 곁에 머물러 주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이번 순례는 작은 숨고르기였다. 떠나기 전보다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돌아왔다.
모두 성불하시길 기원하며, 두 손 모아 합장 올립니다.









 

122기 전단향 법등장 수담화 김순분 (신도회지역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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