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모든 존재를 인연으로 바라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연대는 우연이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깊은 인연의 결과물이다. 결혼 역시 그러하다. 부처님께서는 재가불자의 가정생활을 금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부부는 서로를 수행의 동반자로 삼아 자비와 지혜를 실천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셨다. 하지만 오늘날, 결혼은 많은 청년들에게 점점 더 먼 이야기가 되고 있다. 혼인을 선택하기도, 혼자 살아가기도 벅찬 시대. 한국사회에서 청년층의 기혼 비율은 해마다 줄고 있으며, 고용 불안과 높은 주거 비용,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삶은 곧 고행과도 같다. “혼자여서 외로운 게 아니라, 함께 할 수 없어 외로운겁니다.” 한 청년이 전한 말처럼,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함께 살아가는 삶 이전에, 스스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최소한의 토대가 절실하다.
조계사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삶에 따뜻한등을 밝히고자 한다. 불교대학 총동문회가 중심이 된 조계사 사회법회와 사단법인 행복나눔가피봉사단이 뜻을 모아 진행하는 ‘홀로서기 청년 지원 사업’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동행을 목표로 한다.
특히 최근에는 퇴소 보호종료 청년이나 1인 저소득 청년 등 사회적 안전망 바깥에 놓인 이들을 대상으로,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자립주택 연계, 생활물품 지원, 정서적 상담과 멘토링까지,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를 중심에 둔 접근방식이다.
이에 대해 대경 박수정 조계사 사회법회장은 “우리가 불자로서 실천해야 할 보살행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자비는 곁에 있는 청년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손 내미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법회는 청년과 함께 걷는 도반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행복나눔가피봉사단의 성월심 이현경 상임이사는 “청년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돕는다는 건, 단지 물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는 믿음을 건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피봉사단은 그 믿음을 실천으로 옮기며, 이 사회의 온기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불교의 인연은 과거에 맺어진 인연을 현재에 꽃피우는 일이며, 또 미래의 희망을 위한 씨앗을 심는 일이다. 조계사의 청년 지원 사업은 바로 그 인연의 실천이자 자비의 발현이다. 결혼이라는 선택도, 혼자 살아가는 삶도 모두 수행의 한 모습이라면, 그 길의 초입에 선 청년들의 등불이 되어줄 사찰의발걸음은 더욱 귀하다. 조계사는 앞으로도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고, 그들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있도록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