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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도회 소식

신발봉사에서 찾은 화두의 길

  • 입력 2025.09.01
조계사 신도 여러분의 신행생활 속 가피담을 나누는 신행수기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계사보 9월호에는 대웅전신발봉사팀장경효 장대영님께서 보내주신 신행수기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저는 불교에 입문한 지 4년 차인 초심자로, 현재 조계사 대웅전신발봉사팀(천수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불교와의 인연은 은퇴 후 봉사활동과 참선 공부에서비롯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쌓인 죄업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고, 마음을 다스리며 여유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할머님께서 평생 믿으시던 불교에 대해 직접 배우고 싶었습니다. 

 

2016년, 불교기본과정과 반야심경·천수경 경전반을 이수하고 목탁집전 교육까지 마치며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의 어려움과 생활 여건으로 수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은퇴 시점에 코로나까지 겹쳐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2022년 조계사 참선 입문과정에 참가하며 다시 수행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자율선원에서 법우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좌선에 들어갔으나, 처음에는 30분도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다리가 저리고 아파오면 화두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통증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법우님들은 ‘세월이 약’이라며 격려해 주셨고, 몇 달이 지나자 조금씩 버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두 ‘이 뭣고’를 들고 좌선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처님 말씀 중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구절이 마음에 깊이 다가왔습니다. 

나와 연이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공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스쳤고,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는 저에게 처음 겪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계룡산 오등선원 대원 큰스님을 찾아뵙고 법문을 들으며, 간화선은 좌선뿐 아니라 생활속에서도 가능하다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저는 2년간 좌선 수행을 이어오며 다리와 무릎, 허리통증으로 힘들어하던 차에 큰스님께 여쭈었습니다.

“포행과 봉사를 하면서도 화두를 잡아도 될까요?” 큰스님께서는 “일념으로 화두를 놓지 않는다면 그것도 훌륭한 수행”이라 하시며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후 저는 자율선원의 좌선과 한강시민공원에서의 포행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걷는 동안에도 화두를 놓지 않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성격이 한결 온화해졌습니다. 

이후 조계사 봉사자 교육과정을 마치고, 수많은 봉사팀 중 스스로 원하여 대웅전신발봉사팀에 합류했습니다.

신발봉사는 부처님 앞에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청소와 정리를 하며 마음속묵은 때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기분이 듭니다. 

연세많으신 신도님을 부축하거나, 몸이 불편한 분의 공양물을 대신 전달하며, 전국 각지에서 온 신도와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과정 속에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그렇다고 가정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족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남은 시간을 남편이나 자식이 아닌, 자기 자신을위해 아낌없이 쓰자.” 현재의 인연에 집착하지 않고, 오늘도 화두를 품고 수행 정진을 이어갑니다.

이번 생에 깨닫지 못하더라도 다음 생에는 조금 더 쉬워지기를 바라며, 다시는 사성제와 생로병사의 고통을 받지않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대웅전신발봉사팀장 경효 장대영 (신행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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