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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도회 소식

백중(百中)을 맞이하여

  • 입력 2025.10.01



지난 9월 6일(음력 7월 15일) 백중을 맞이하여 우리 조계사에서는 하안거 해제, 백중기도 등 다양한 행사를 거행하였다.

음력 7월 15일은 불교전통에서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백중(百中)’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농사철 한가운데인 7월 보름에 풍요와 감사의 마음을 나누던 민속적 전통과 불교의 자비정신이 어우러져 형성된 날이다. ‘우란분절’은 불교에서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지내는 날을 중국에서 명사화한 것으로 「우란분경(盂蘭盆經)」의 설화에서 비롯되었다.

부처님의 제자 목련존자가 신통력으로 어머니가 아귀도(餓鬼道)에서 고통받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구제 방법을 여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안거를 마친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면 그 공덕으로 어머니가 해탈할 수 있다고 가르치셨고, 목련존자는 이를 행하여 어머니를 구제하였다. 이로부터 백중은 조상과 부모를 위로하고, 자비의 마음을 실천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백중은 단순한 제사가 아니라 불교 교리의 실천이다. 

 

첫째, 자비의 확장이다. 목련존자가 자신의 어머니만을 구제한 것이 아니라 그 공덕을 일체중생에게 회향하였듯, 불자는 백중을 통해 가족과 조상뿐 아니라 모든 고통받는 존재를 위로하는 마음을 키워 간다.

둘째, 연기의 깨달음이다. 우리의 삶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조상, 사회, 자연의 도움 속에서 이어져 있다. 백중은 이러한 인연의 고리를 되새기며, 감사와 보은의 삶을 실천하도록 이끌어 준다.

셋째, 공덕 회향의 실천이다. 불교에서는 개인의 선행과 수행을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널리 중생에게 돌려주는 것을 중시한다. 백중재는 바로 그 회향을 가장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농경사회의 풍습과 불교의 자비사상이 결합되어 백중이 민속과 신앙의 큰 축제가 되었다. 농민들은 들판의 신령들에게 감사하며 풍년을 빌었고, 절에서는 백중 49재를 통해서 조상과 부모, 그리고 무연고 영가를 위로했다. 이 과정에서 불교는 민중의 삶과 한층 가까워졌고, 백중은 불교의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는 불교가 특정한개인의 신앙을 넘어, 사회 전체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종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관계 단절과 고립이 깊어지고 있다. 백중은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이다. 부모와 조상은 물론 이웃과 공동체 더 나아가 모든 생명체에 대한 책임과 감사의 마음을 불러 일으키며, 생명의 존엄을 기억하는 시간이다. 불교는 모든 생명이 평등하며 고통받는 존재가 없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단지 망자를 위로하는 날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다짐의 날이기도 하다.

백중은 불교의 교리와 한국인의 삶이 어우러진 소중한 전통이며, 목련존자의 효심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공덕 회향의 가르침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소중한 삶의 지침이 된다. 우리가 백중을 통해 자비심을 키우고, 감사와 보은의 삶을 실천한다면,그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전각의례법회 법회장 법성화 홍순분 (신도회전각의례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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