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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스스로 써내려간 인생의 기록 운정 유태호 불자 인터뷰

지난 음력 8월 초하루,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조금특별한 전달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지웅스님과 함께 조계사를 방문해 대웅전 아미타부처님 개금불사기금을 전달한 주인공은 아이처럼 작은 체구에 두 팔이없는 청년이었습니다.발가락으로 마이크를 쥐고 또박또박 발원문을 낭독한 이 청년의 이름은 운정 유태호. 올해로 스물여섯 살, 장애인 인권활동가이자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대학생입니다. 끈질기게 이어지던 가을장마가 그치고 오랜만에 파란하늘이 드러난 어느 날, 유태호 불자를 만나 개금불사에 동참하게 된 배경부터 남다른 성장 과정, 지웅스님과의 인연까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승가원의 천사에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사실 유태호 불자는 상당한 유명인사입니다. 2010년 방영된 MBC 스페셜 ‘승가원의 천사들’ 편에서 씩씩하고 당차게 생활하는 날개 없는 천사 태호의 해맑은 미소가 전한 감동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유태호 불자는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장애인 자립 지원 공간 매니저로 일하면서 장애인 인권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입니다. 저녁에는 사이버 강의로 전공학과 수업을 듣고, 매주 월요일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며, ‘태시코기tv’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 직접 운영합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지웅스님과 유태호 불자




2010년 MBC스페셜 방영 화면
이처럼 유태호 불자는 자신의 선천적 장애를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어요”를 입버릇처럼 외치던과거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라났습니다.
제2의 ‘엄마’ 지웅스님
직접 만나본 유태호 불자는 명랑하고 긍정적인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는 두 팔이 없어도 발을 사용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지 쾌활하게 이야기했고, 아래턱이 없거나 작고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을 동반한 ‘피에르 로빈 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까닭에 구개열 수술을 받고 나서야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는 사실도 거리낌 없이설명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태호 불자에게도 좌절의 시기는 있었다고 합니다. 열일곱 살 무렵 척추측만증 악화로 늑골에 폐가 눌려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8시간의 대수술을 받았지만 그 결과 손대신 사용하던 발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행동의 자유를 빼앗긴 것입니다. “그때 처음으로사춘기가 왔었어요.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많이위험한 생각까지 한 적도 있었죠.”인생 최초의 좌절이 닥쳤을 때 유태호 불자를 지탱해준 사람은 생후 3개월부터 그를 돌보아주신 지웅스님이었습니다. 때로는 타이르고, 때로는 한없이품어주고, 때로는 혼을 내기도 하며 힘든 수술과 재활훈련의 고비를 함께 이겨낸 지웅스님은 그에게는제2의 ‘엄마’와 같은 분입니다. “마음으로 기르면 그것이 부모”라고 말씀하시는 지웅스님에게서 평범한가정의 부모 자식이 나누는 정을배우고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유태호 불자는 말합니다. 지금도 하루에 수십 번 통화를 할 만큼 사이가 돈독한 지웅스님의 영향 아래, 그가 불교에 귀의한 것은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밤에 잠들기 전 부처님께 항상 절을 올린다고 하는 유태호 불자의 간절한 발원은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조계사 대웅전 아미타부처님 개금불사에 대해 지웅스님께 듣고 동참을 결심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자립을 시작한 다른 장애인들 모두건강하게 지내고 안정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처님께서 지켜주셨으면 했어요.”그가 써내려가는 매일의 기적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는 청년, 유태호 불자. 그는 낯선 곳으로 혼자 외출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식 요리도 자주 하고, 요즘에는 텅드럼이라는 악기 연주에 관심이 많습니다. 곧 노래경연대회 출전도 앞두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경험하고 도전하기를 원하는 듯했습니다.의료진은 성년이 되기 어렵다고 했지만, 그는 이미스물여섯 살입니다. 매일매일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유태호 불자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의미일까요? “저는 제가 살아온 것들이 스스로 써내려간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든 보여주고싶고, 자랑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요.” 몸이 불편해도 얼마든지 충만한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유태호 불자의 꿈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미국의주디스 휴먼이나 일본의 『오체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처럼, 장애인 인식 개선에 기여하는 강연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님께 효도하고 싶어요.” 지웅스님을 바라보며, 그는 활짝 웃었습니다.



조계사 기획팀·홍보팀 (특집인터뷰 _ 전법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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