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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과 땀방울



빈소에 도착하여 정묵스님께서는 『반야심경』을 시작으로 『금강경』 전반부(제14분)까지 집전하시고, 후반부는 홀로 독송을 이어가셨습니다. 이어 『법성게』와 '고운님 잘 가소서'까지, 무려 50분에 걸친 의식은 쉼 없이 여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스님의 바로 뒤편에 서 있었습니다.
목탁 소리가 고조될수록, 스님의 뒷목과 승복 깃 사이로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이 보였습니다. 50분간의 혼신을 다한 염불이 끝나고 상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돌아서신 스님의 얼굴은 그야말로 땀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네 드렸습니다.
그 후 상주님과의 대화 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간절히 천도해 드린 영가님이, 평생 교회를 다니신 기독교 집사님이었다는 것입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불자를 제도하는 것도 힘이 드실 텐데, 평생 다른 믿음을 가지고 사셨던 분을 부처님 품으로 인도하려니 얼마나 더 많은 원력이 필요하셨을까?’
그제야 스님이 흘리신 그 비 오듯 흐른 땀의 의미를 알 것 같았습니다. 스님에게는 이분이 불자인지, 기독교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 중생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당신의 온 에너지를 쏟아부으신 것입니다.



『금강경』 제3분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에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소유일체중생지류 아개령입 무여열반 이멸도지
(所有一切衆生之類 我皆令入 無餘涅槃 而滅度之)”
(무릇 있는바 모든 중생의 무리를
내가 다 완전한 열반(무여열반)에 들게 하여 제도하리라.)
이것이 바로 ‘이멸도지(而滅度之)’의 정신입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종교를 따지지 않
고, 모든 생명을 평안의 길로 인도하되 ‘내가 제도했다’는 생각조차 없는 마음.
스님의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만약 형식적인 의례였다면, 혹은 상대가 타 종교
인이라 하여 마음을 덜 냈다면 결코 그렇게 땀이 흐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50분간의 땀방울이야말로, 입으로만 외치는 자비가 아니라 온몸을 녹초가 되게 하
여 실천하는 '몸의 설법'이었습니다. 또한, 불자와 비불자의 경계를 허물고 오직 영가를
위하는 마음만 남긴 진정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현장이었습니다.
스님의 젖은 등(背)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마음의 옷깃을 여밉니다.
오늘 저는 장례식장에서 책에는 없는 살아있는 금강경을 읽었습니다.
이 큰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신 정묵스님과 그 땀방울 곁에서 함께한 염불봉사단 단장
님과 도반님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염불봉사팀 대각 김봉향 (신도회 전각의례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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