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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에 되새긴 부처님 가피

우리 가족은 모두 불법을 믿으며 살아온 지 40여 년이 되었다. 기쁜 일은 감사로, 어려운 일은 기도로 부처님 전에 아뢰는 삶이 자연스러웠지만, 나는 그 의미를 깊이 헤아리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부처님의 가피를 절실히 느끼는 일을 겪게 되었다.
지난해 9월 초, 백중날이었다. 평소 같으면 이른 아침부터 기도에 나섰겠지만, 지인의 권유로 오후에 조계사에 가기로 하고 집에 머물렀다. 남편은 아들과 함께 선산에 다녀왔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지쳐 보였다. 간단히 씻고 나오겠다며 방으로 들어간 남편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마음에 방에 들어가 보니 남편은 바닥에 쓰러져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세상이 멈춘 듯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떨리는 손으로 119에 신고를 하고 구급차를 기다리며 남편의 곁을 지켰다. 의식이 흐려지는 모습을 보며 큰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그 와중에 나는 남편의 신분증과 평소 복용하던 약, 처방전을 챙겼다. 돌이켜보면 그 또한 부처님께서 주신 지혜였던 것 같다.
구급차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다. 두 손을 모으고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간절히 염불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은 찰나다’라는 말씀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조금 전까지 웃고 이야기하던 사람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이 삶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의료진은 남편의 병력과 복용 약을 물었고, 나는 준비해 간 약과 처방전을 건넸다. 의료진은 빠른 조치가 가능하겠다며 “신의 한 수”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감사합니다” 대신 “관세음보살”을 되뇌고 있었다. 기도가 나를 붙들어 주는 힘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남편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후 심장 스텐트 시술로 고비를 넘겼고,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큰 은혜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남편은 나 덕분에 살았다 말하지만, 나는 그저 기도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돌아보면 필요한 순간마다 길이 열렸고, 그 모든 과정이 부처님의 가피였음을 느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신행은 달라졌다. 절 한 번은 감사가 되었고, 염불 한마디는 간절한 수행이 되었다. 또한 받은 은혜를 삶으로 회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부처님께 보답하는 길이라 믿는다.
백중날의 위기는 두려움이 아닌 깨달음으로 남았다. 부처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가장 절박한 순간에도 늘 우리 곁에 함께하신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도 향을 올리며 발원한다. 주어진 하루를 감사히 살아가며 불자의 본분을 잊지 않겠다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조계사 신도 여러분의 신행생활 속 가피담을 나누는 신행수기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계사보 5월호에는 불교대학원 주간반 무량성 김진경님께서 보내주신 신행수기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불교대학원 주간반 무량성 김진경 (신행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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