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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도회 소식

무명을 걷고 진여(眞如)를 마주하다

  • 입력 2026.06.01


설레던 벚꽃들이 촉촉한 봄비를 머금고 사라진 자리에는, 마치 겨울의 적막함이 애초에 없었던 듯 만물이 싱그러운 초록으로 물들어 생명력이 넘쳐납니다. 이 계절이 더욱 특별하고 기다려지는 이유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큰 뜻을 품고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을 기리는 ‘부처님 오신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조계사 도량은 설 이후 시작된 연등 모연부터 점등식에 이르기까지 정성으로 가득합니다. 낮에는 오색 연등이 아름답게 도량을 수놓고, 밤에는 서원지에 담긴 마음들이 그윽한 불빛이 되어 어둠을 밝힙니다.

지난 16일 저녁에는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축제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연등회가 열렸습니다. 동국대에서 동대문을 지나 조계사로 이어지는 구간을 수만 개의 연등이 환히 밝혔고, 행렬 뒤에는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한마당이 펼쳐졌습니다.

저에게 이 행사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우리가 ‘함께’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며 큰 힘을 발휘하는지 깊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개인의 편견과 한계를 넘어서는 하나의 수행이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등에 짐을 지고 손에는 연등을 든 채, 혼자였다면 걷기 힘들었을 그 길을 도반들과 서로 격려를 주고받으며 함께 행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단함과 어색함은 어느새 미소로 녹아내렸습니다.

무명을 몰아내고 지혜와 자비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셨던 부처님의 뜻이 닿은 것일까요. 거리에서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시던 시민들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바라보며 느낀 환희심은 지친 어깨와 발걸음을 가볍게 하여 마지막 목적지까지 나아가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연등 불빛이 사그라진 자리에는 이제 법열(法悅)의 불꽃만이 남아, 영화 필름처럼 오늘 하루를 되감아 봅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속에서 깨달음을 찾고, 무명이 걷힌 진여(眞如)의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신행 활동을 다시금 관조하게 됩니다.

본래 우리는 둘이 아니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해도 모두가 부처입니다. 한뜻으로 함께할 때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존재들입니다. 이 세상 모든 이가 혼자가 아니며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에, 이번 연등회의 환희심이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행정지원팀 대해덕 이은실 (신도회 종무지원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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