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 신도회 소식

찻잔에 담긴 비움과 채움의 미학, 다도반

  • 입력 2026.11.01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의정(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7호 궁중다례의식 보유자), 사진 가운데


 

 

 

다도반 반장 전영란
오랜 직장 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에 잠시 쉼표를 찍고싶던 중, 어머니의 따뜻한 권유로 조계사 다도반 수업과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삶의 새로운 눈을 뜨게 한 귀한 배움의 시작이었습니다.
다도를 접하기 전 제게 차(茶)란 그저 목을 축이거나 손님을 대접하는 음료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법석(法席)이 거듭될수록 무지했던 상식은 기분 좋게 무너졌습니다.
다도는 단순히 차를 우려 마시는 행위를 넘어, 깊고 무한한 차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정갈한 전통문화를 오롯이 체득하는 정진의 과정이었습니다. 찻물의 온도와 차를 따르는 손길, 잔을 잡는 태도 하나하나에 예절과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으며 매 순 간 여법한 긴장감과 설레임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세간(世間)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배움의 기쁨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다도반은 스승님의 격조 높은 가르침 또한 남다릅니다. 한국 차 문화의 선구자이신 명원 김미희 선생의 차녀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7호 궁중다례의식 보유자이신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님과 예절 실습을 정성으로 전담해 주시는 서석순 교수님께 차의 정석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불자로서 큰 영광이자 복덕입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는 1학기 ‘잎차’ 수업을 수료하며 차의 기본을 다졌습니다. 뜨거운 물 속에서 초목의 은은한 향기와깊은 맛을 피워 올리는 찻잎을 보며 차를 대하는 지극한 원력을 배웠습니다. 현재는 2학기 ‘말차’ 수업을 통해 가루차가 지닌 또 다른 매력을 알아가며 더욱 깊은 다도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차를 우리는 과정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내 안의 번뇌와 피로를 비워내는 시간이며, 비워진 마음자리를따뜻한 차의 온기와 넉넉한 자비심으로 다시 채우는 수행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귀한 인연을 맺어준 어머니와 성심으로 가르쳐 주시는 스승님들, 그리고 성불의 길을 격려하며 함께 걷는 학우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차 한 잔을 나누며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다도의 배움을 통해 삶의 향기를 더해가는 참된 불자가 되겠습니다.


전통각자반 반장 관성 이강영
“똑똑똑 똑똑똑~ 똑똑.”
도량석 목탁 소리를 닮은 칼끝이 향(香)을 피워 올리면, 마음에 쌓인 온갖 번뇌와 망상이 나무 위에 고요히 가라앉으며 지워집니다. 조계사 전통각자반은 유구한 불교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새긴 선조들의 전통 기법을 계승하는 도반들의정진처입니다. 강사이신 산경 이창환 선생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산경 이창환 각자전’을 개최하는 등 25년간 탁마해 온 여법한 각수(刻手)이십니다.
각자는 새길 글과 문양을 택해 나무의 결, 색과 조화롭게 배치한 후 창칼로 한 땀 한 땀 새기고 칠하는 모든 과정에 지극한 성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새기는 이의 마음자리와 선근(善根)에 따라 오직 하나뿐인 여래의 흔적이 목판과 전각의 현판, 주련으로 화해 오래도록 법향을 전하게 됩니다.
글씨나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부처님의 법어와 걸작을 사경하듯 복사해 새길 수 있으니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곱고 뚜렷한 새김을 위해서는 숟가락을 들 수 있는 만큼의 미세한 힘과 일정한 고요함,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과도한 아집과 힘이 들어가면 나무가 뭉그러지거나 쪼개지기 때문입니다. 장비가 단출해 진입장벽이 낮고, 나무가 뿜어내는 청정한 향과 무늬를 다듬는 동안 온전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선정(禪定)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통각자반은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개월 단위로 진행됩니다. 도반들과 함께 도리를 고민하고 각자의 성품을 새겨 나갑니다. 때로는 박물관이나 고찰을 참배하며 선인들의 걸작을 감상하고, 포천 등지로 나들이를 떠나 각자에 필요한 안목을 기르고 운수납자의 바람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서두르지 않는 쉼 속에서 집중하고, 자연스러운 멋과 법향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일상에 불자님들을 초대합니다.




교육수행법회 문수행 정은희 (신 도 회 교 육 · 수 행 법 회)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