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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3.07.01

질문 > 불교를 상징하는 기호, 문자 등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법륜이나 卍자 같은 경우인데, 특히 법륜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답변 >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시자 부처님을 따르던 출가 수행자와 재가불자들의 상실감과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것은 곧 부처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타났는데, 그런 불자들의 열망이 불상(佛像) 등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신성하게 여겨지던 성인(聖人) 부처님을, 다른 신상이나 조각같이 똑같은 형상(形相)으로 만든다는 것이 무척 꺼려졌던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열반하시기 전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던 `박카리`라는 비구에게 육체적인 부처님에게 의지하지 말고 법과 진리의 부처님을 보라고 강조하신 것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은 형상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상징을 생각해 냈던 것입니다.

 

불상으로 부처님을 모시기 전,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했던 장소인 부다가야의 보리수(菩提樹), 부처님의 탄생 설화에도 등장하는 불교의 상징인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의미를 담고 있는 연꽃, 부처님의 발자국인 불족적(佛足迹),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탑(塔) 등으로 부처님을 대신했습니다. 초기에 그려진 그림이나 조각에는 이런 상징들이 부처님의 자리에 표현됐습니다. 이 시기를 일컬어 흔히 무불상(無佛像)의 시대라고 합니다. 불상이 만들어지기 전, 수백 년 동안 부처님은 그렇게 상징으로 우리에게 나투셨습니다.

 

법륜(法輪) 같은 경우도 이처럼 부처님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것입니다. 법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윤보(輪寶)에 비유해서 법륜으로 표현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예전부터 이상적인 통치자로서 전륜성왕을 말하고 있습니다. 전륜성왕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정의(正義)에 의해서 세계를 통치하는 가장 이상적인 제왕입니다. 32상(相)과 7보(寶)를 갖추고 있으며 하늘로부터 신성한 수레바퀴인 윤보가 내려와 모든 것을 제압해 준다고 합니다. 이 수레바퀴는 원래 힌두교의 비쉬누 신(神)이 지니고 다니는 무기였습니다. 그러니까 신의 무기를 들고 온갖 적을 제거하는 세상의 이상적인 왕이 전륜성왕입니다. 전륜성왕은 전생에 닦은 복덕으로 윤보를 얻게 되는데, 왕이 나가는 곳마다 윤보가 먼저 작동합니다. 윤보는 앞에서 땅을 평평하게 만들기도 하고, 적군을 굴복시키고 결국에는 평정케 하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 세계를 통솔하는 전륜성왕이 윤보로써 모든 적을 굴복시키는 것과 같이, 부처님께서는 진리의 가르침으로 중생의 모든 번뇌를 굴복시킵니다. 그 모습을 윤보에 비유하여 법륜이라고 했던 것이지요. 또 수레바퀴가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않고 굴러갈 수 있듯이 부처님의 가르침도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에서 수레바퀴를 전법(傳法)의 상징으로 채택했습니다.

 

법륜은 초기 불교 교단에서는 부처님의 설법(說法)을 뜻하는 상징으로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것을 전법륜(轉法輪)이라고 하고, 부처님 첫 설법 장소였던 사르나트(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에게 법을 설한 것을, 처음이라는 뜻에서 초(初) 전법륜이라고 한 것입니다.

 

진리의 전파를 상징하는 법륜은 고대 불교미술에 많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각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법륜이 상징화 되어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초전법륜상이 있습니다. 이 불상은 5세기 작품으로 사르나트에서 출토되었는데 인도의 북쪽 페샤와르에서 출토된 부처님 고행상(苦行像)과 더불어 인도불교 미술 중 불상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부처님 대좌 아래 중앙에 법륜을 입체적으로 조각해 놓은 아름다운 불상입니다. 

 

<다음 호에는 卍자 등의 설명을 이어서 하겠습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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