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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정운스님의 경전이야기

<사십이장경>

  • 입력 2023.05.26

 

<사십이장경>의 불교사적 의의

 

중국은 기원 67년 후한 시대에 불교를 받아들였다. 중국에 불교가 전파된 경로는 여러 이설이 있지만, 역사적인 전거에 따라 후한 효명제(58∼75 재위) 시대로 본다. 효명제가 어느 날 밤 꿈에 온통 금색 빛의 사람이 나타나 정수리에서 광채가 나고 몸에서 빛이 방광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 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사연을 물으니, 한 신하가 이렇게 말했다.  

“서방에 신이 있는데 그 이름을 부처라 하고, 형상이 매우 장대(長大)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들은 황제는 ‘인도로 가서 경전과 승려를 모셔오라’며 10여 명의 사신을 파견했다. 사신들이 경전을 구하러 인도로 가는 중, 서역지방(대월지국)에서 백마(白馬)에 불상과 경전을 싣고 오던 가섭마등과 축법난을 만나 그들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왔다. 낙양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사람과 경전을 태우고 온 백마가 지쳐 죽자, 황제는 낙양문 밖에다 백마의 공덕을 기리는 백마사를 창건하였다. 이곳에서 스님들이 경전을 번역했는데, 최초로 번역한 경전이 <사십이장경>이다. 

 

 

 

 

<사십이장경>은 어떤 경전인가?

 

<사십이장경>은 <유교경>과 위산대원(771∼853)선사의 <위산경책>과 함께 ‘불조삼경(佛祖三經)’ 중 하나이다. 부처님과 조사의 경책이 담겨 있어 고대로부터 승려들의 계율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애독되는 경전이다. 이 <사십이장경>은 북방불교 최초의 한역 경전이다. 42개의 짧은 구절로 되어 있다고 해서 <42장의 경>, 즉 <사십이장경>이라고 한다. 경전에는 고·무상·무아의 3법인이나 중도설, 삶의 마음가짐, 호흡관, 애욕에 대한 계율, 대인관계 등 일정한 내용이 없이 불교의 여러 진리가 담겨져 있다. 801년에 편찬된 <보림전(寶林傳)>은 중국 조사선 선종을 상징하는 어록인데, 여기에 석가모니부처님의 어록으로 <사십이장경>이 수록되어 있다.

 

 

<사십이장경>의 내용 

 

이 원고에서 승려들의 계율·수행 면을 소개하기 보다는 재가자들의 삶과 밀접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상대방이 비난하거든 그의 몫으로 내버려 두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선한 사람이 있다’라는 말을 듣고, 그대를 찾아와서 (너를) 괴롭히고 힘들게 할지라도 너는 스스로 참고 마음을 가라앉혀 성을 내거나 그를 꾸짖지 말라. 그가 와서 너를 꾸짖고 미워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이다.” - 6장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내가 수행을 잘하고 큰 자비를 베푼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와 나를 욕하고 꾸짖었다. (이때) 나는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그는 꾸짖기를 멈추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보석을 가지고 어떤 사람에게 주었는데, 그 사람이 보석을 받지 않는다면 그 보석은 누구의 것인가?” 

그는 당연히 ‘보석이 자신의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대가 나를 꾸짖고 욕을 하지만, 내가 그 욕과 꾸짖음을 받지 않으니, 그것들은 바로 그대의 것이다. 마치 메아리가 소리를 따르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처럼, 결국에는 그 재앙을 면할 수 없으니 반드시 악한 일을 삼갈 지니라.” - 7장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악한 사람이 성자를 해치는 것은 마치 하늘을 우러러 침을 뱉는 것처럼 침은 하늘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떨어진다. 또한 바람을 거슬러 티끌을 날리면 그 티끌이 저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을 감히 해칠 수 없음이요, 지혜로운 자를 해친다면 그 화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 8장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해코지를 당할 때가 있다. 삶 자체가 자신이 원하는 일보다 원치 않는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람간의 문제,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대한 불만족 등 힘든 일들이 많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중 가장 큰 요인은 ‘대인관계의 원만치 못한 불화합’이라고 한다. 태국의 아짠차 선사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만일 사람들이 그대를 나쁘게 말하거든 오로지 자신을 들여다보라. 그들이 틀렸다면 그들을 무시해 버려라. 그런데 그들이 맞다면, 그들에게 배워라. 어느 쪽이든 화를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경에서 ‘그가 와서 너를 꾸짖고 미워함은 자기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이니라.’라고 했는데, 이 부분을 더 살펴보자. 조선의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조가 왕이 되기 이전부터 친분관계가 두터웠던 터라 농담을 주고받는 막역한 사이였다. 대화 도중 이성계는 대사에게 “스님은 돼지같이 생겼습니다.”고 말하자, 대사는 웃으면서 “대왕은 부처님처럼 생겼습니다.”고 하였다. 그러자 이성계가 “저는 스님을 욕했는데 스님은 저를 좋게 평가하십니까?”라고 말한다. 이때 무학은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입니다”라고 했다. 

곧 부처는 중생도 모두 부처로 보지만, 중생은 부처까지도 중생으로 깎아 내린다. 자신의 견해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자신의 잣대대로 상대방을 저울질한다. 즉 자신이 돼지 마음만 품고 있으니 상대방도 돼지처럼 보이는 법이고, 자신이 부처 마음을 품고 있으면 상대방도 부처로 보이는 법이다. 결국 상대를 꾸짖고 비난함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약점이 보이는 것이다. 이에 남을 비방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문제이다. 혹 누군가 그대를 비방하면, 내버려 두어라.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다.   

 

 

정운스님 (대승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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