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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불자의 마음가짐

  • 입력 2023.12.01

벌써 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세월이 가면 갈수록 참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또한 각자 지니고 가는 삶의 깊이에 따라 인식되고 체감되는 정도도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됩니다.흐르는 시간 속에 “내가 왜 그랬을까? 꼭 그래야만 했을까?” 등등 아쉽고 후회스러운 생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아집에 사로잡혀 내가 맞고, 내가 옳다고 해 버립니다. 남을 원망하고 불평하기도 하고, 일이 잘못되어 꼬이고 괴롭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세월의 뒤안길에서 알았던들 이미 때는 늦기도 합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알고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질책, 후회, 반성을 통해 자신을 키워 나갑니다. 바른 수행을 통해 좀 더 일찍 깨달아 일상생활을 해 나간다면 우리의 삶을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를 알도록 하며,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인 것입니다. 이 밑바탕에 흐르는 것은 마음으로 “일체의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여 불교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즉 마음을 깨닫는 것이 불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가 절에 나오는 것은 공동체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가정, 학교, 사회 모두가 공동체인데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원만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가 있습니다. ‘나’를 내세우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사회를 ‘자기PR시대’라고 합니다. 이는 일본에서 온 말로 ‘자기자신을 스스로 다른사람에게 알리는 행위’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나를 더욱 성장시켜야 할 때 자기PR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나치면 겸손할 줄 모르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다른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비판하고, 우월의식에 타인을 과소평가하고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욕심을 부립니다. 이러한 태도는 불자의 자세라 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에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보살의 마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항상 남을 먼저 이해하고, 배려하여야 하며, 남에게 먼저 나 자신 스스로를 낮추고, 자신을 맞추어 나가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는 우선 보기에는 내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불자의 마음가짐이라 할 것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계묘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것이지만 지구촌은 전쟁, 질병, 기아,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홍수, 폭염등 천재지변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언제쯤 이런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위기를 막거나,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리라 기대합니다.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돌아보면 하지 못했던 일, 아쉬운 일 가득하지만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로운 새해 2024년 갑진년 새해의 시작을 잘 준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홍순분 (법성화, 27대 신도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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