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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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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주지 지현 합장

  • 2021년 9월

희망의 선들바람

다행입니다.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데 아침저녁으로 제법 바람이 선선합니다. 당연한 계절의 순환인데 지구촌 곳곳이 가뭄, 홍수,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해졌습니다. 인류가 환경을 소홀히 한 탓에 기후위기라는 말이 이제는 피부에 와닿습니다. 폭염과 열대야, 주춤하던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까지 우리의 삶도 위기의 시간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을 간소화하고 자신의 중심을 잡는 기도 수행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백중 49재 기간은 유난히 폭염이었습니다. 갑작스런 감염자수 증가에 격상된 방역지침으로 도량에 의자도 치우고 대웅전은 참배만 가능했습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뙤약볕 마당에서 수건 한 장만 펼치고 108배를 이어가는 노보살님이 잊히지 않습니다. 기도 원력이란 이런 것이겠지요. 말씀은 없었지만 “내 기도 공덕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이 극락왕생하길 발원합니다.”하는 간절한 기도였겠지요. 기도의 원(願)과 이를 성취하겠다는 정진력이 무릎을 파고드는 아픔도 이겨내셨겠지만 참으로 송구했었습니다.

조계사 가족들은 오늘의 이 위기가 어쩌면 우리에게 닥칠 더 큰 위험을 막고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도에 전념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기도가 일상이 되는 원력을 세웠으면 합니다. 가능하면 가족과 친척,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희망의 원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면 더 말할 수 없는 기도 공덕이 되겠지요. 힘들고 어렵겠지만 우리의 공업(共業)과 자신을 괴롭히고 놔주지 않는 번뇌, 번민, 갈등 같은 심란함도 기도의 힘으로 잘 이겨내야겠습니다.

어느덧 선들바람이 대지를 식히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쾌유와 희망의 소식들이 전해지길 기대해봅니다.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조계사는 한가위 3일 기도가 진행됩니다. 이번 추석에는 사랑하는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여러분의 기도원력의 힘을 나누는 넉넉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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