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인사말
생명살림 지구살림
조계사에서는 지난 7월 19일 수요일, 초재를 시작으로 49일 동안 일곱 번의 백중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연일 비가 내리더니 초재를 지내는 날엔 화창하게 날이 갰지만 뙤약 볕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시는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을 뵈니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의 간절한 기도 속에 도량 곳곳이 환희심으로 넘치는 시간입니다. 기나긴 장마철을 지나 본격적으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조계사는 홍련과 백련이 도량을 장엄했고 무더위 속에서도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의 힘이고 영험이라 생각합니다.
우란분경에 등장하는 목련존자보다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의 마음이 더욱 간절함을 느꼈습니다. 목련 존자의 화신들이 도량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불자님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무더위 속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시는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이 바로 목련존자이고 불보살들이십니다. 또한 음력 칠월 보름날 하안거를 마친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조상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정성을 들인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기나긴 장마로 인해 정말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습니다. 천재지변이라지만 결국은 인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불교의 생명존중사상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소중한 진리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비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고귀하고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을 보며 배웁니다. 어느 곳, 어느 자리에 있어도 탐욕에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함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연꽃의 인생을 보고 배우게 됩니다. 연잎 위로 빗물이 고일 때 적당히 담겼을 때 비워내면 가볍습니다. 비우지 않고 그대로 버티고 있으면 부러지게 마련입니다.
『화엄경 탐현기』에서는 연꽃이 향(香), 결(潔), 청(淸), 정(淨)의 네 가지 덕을 가지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불·보살이 앉아 있는 자리를 연꽃으로 만들어 연화좌 또는 연대라 부르는 것도, 번뇌와 고통과 더러움으로 뒤덮여 있는 사바세계에서도 고결하고 청정함을 잃지 않는 불·보살을 연꽃의 속성에 비유한 것입니다. 스님들이 입는 가사를 ‘연화복’ 또는 ‘연화의’라고 하는 것 역시 세속의 풍진에 물들지 않고 청정함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등 연꽃은 불교의 곳곳에 사상의 토대가 되는 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연꽃은 진흙 곧 사바사계에 뿌리를 두되 거기에 물들지 않고 하늘을 향해 즉, 깨달음의 세계를 향해 피어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꽃송이가 크지만 몇 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중심을 향하여 겹겹이 붙어있어 형성된 모습이 불상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모든 꽃은 꽃이 지면 열매를 맺지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혀 화과동시(花果同時)라고 합니다. 이는,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야 이웃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우며 모든 이웃을 위해 사는 것 자체가 바로 깨달음의 삶이라는 것을 연꽃이 속세의 중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라고 여겨집니다.
연꽃의 생명은 3일인데 첫날은 절반만 피어서 오전 중에 오므라듭니다. 이틀째 활짝 피어나는데, 그때 가장 화려한 모습과 아름다운 향기를 피어냅니다. 3일째는 꽃잎이 피었다가 오전 중에 연밥과 꽃술만 남기고 꽃잎을 하나씩 떨어뜨리는 점 때문에 연꽃은 자기 몸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할 때 물러날 줄 아는 군자의 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하안거 해제일에 백중기도를 회향하고 9월 3일에는 생명살림방생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생명살림법회가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함께 하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꽃 향기 가득한 조계사 도량에서 우리 불자님들의 기도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지기를 기원합니다.
바람에 실려 온 가을
행복은 가을 햇살 같은 것
생명살림 지구살림
단오·연꽃·백중
가슴으로 하는 신앙
천년의 불사
등불 밝힌 마음을 선물하세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희망의 씨앗을 심는 달
토끼의 공양
나눔은 행복
국화 단상(斷想)
기도의 공덕
회화나무 꽃잎을 쓸며
비울수록 맑아지는 샘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