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조계사 주지로 부임하게 된 원명입니다. 계묘년 하안거 회향 생명살림 방생기도를 여법하게 마치고 국화축제가 한창인 상황에 새로 주지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올해 사업과 성과들을 원만하게 마무리하신 지현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여러분의 수고에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대한불교 조계종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장자 종단입니다. 그리고 조계사는 조계종의 대표사찰로 ‘한국불교 1번지’라는 이름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비록 그 역사는 백여 년에 불과하지만 우리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관통하며 한국불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조계종의 새 역사를 이끄는 첫 발걸음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계사는 현대 한국불교의 상징이며 미래 한국불교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합니다. 이런 조계사의 주지를 맡는다는 것은 참으로 막중한 책무를 지는 것이기에 소납으로서는 참으로 버거운 짐을 부여받았다는 생각이 앞서고 있습니다.

오늘의 조계사는 수많은 스님들과 신도들의 힘으로 이룬 것입니다. 지난 성상(星霜)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수많은 고승 대덕들이 깨달음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셨고, 진리의 향연을 펼쳐 주셨습니다. 이 법석에서 한국불교의 역사가 이어지고, 불교 중흥의 일꾼들이 배출되었습니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조계사 주지를 맡으셔서 오늘까지 수고하신 지현스님을 비롯한 많은 전임 주지 스님들이 조계사를 우리나라 최고의 도량을 만들기 위해 애써 주셨습니다. 아울러 수십 년 동안 이 도량에 상주하며 봉사의 정진을 실천해온 신도 여러분들의 노력이 도량 곳곳에 배어 있음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이제 소납은 그동안 전임 주지스님들과 신도 여러분들이 이룩해온 성과들을 계승하여 조계사를 더욱 진일보시키는 일에 매진할 것입니다. 특히 포교와 교육, 전법의 중심도량으로 기도와 법회, 부처님의 법음이 늘 넘치는 도량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계사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최고의 사찰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이와 같은 목표는 사부대중 모두의 원력과 헌신이 모아져야만 가능합니다. 한국불교 중흥의 미래를 열기 위해 신도 여러분의 지혜와 원력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2023년 10월 

조계사 주지 원명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