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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소개

주지스님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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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주지 지현 합장

  • 2022년 9월

회화나무 꽃잎을 쓸며

텔레비전에서 인터넷에서 우리는 참 많은 사건과 사고를 접하게 됩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일이 나에게도 생겼다는 안타까운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아주 잠깐이지만 나의 주변을 되돌아봅니다. 그렇습니다. 천재(天災)이든 인재(人災)이든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요즈음 우리는 자신뿐 아니라 이웃을 걱정해 주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최근 조계사 불자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백중49재 기도를 원만 회향하고 백제 천년 고찰 마이산 금당사로 하안거회향 생명살림 방생법회를 다녀왔습니다. 3년여 만에 2천5백여 대중이 함께 모여 정성껏 재를 올리고 생명살림 방생법회를 하였습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귀한 인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체득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백중 49재 기도 동안 더위를 이겨내며 기도했던 간절한 그 발심과 정진 또한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비와 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주변의 보잘 것 없는 쇳덩이도 대장간의 이글거리는 불로 달구어지고 담금질되어 비로소 호미, 낫, 도끼 등 쓸모있는 연장으로 태어납니다. 기도는 그런 지난한 극기의 과정을 견뎌야 성취하게 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고, 그들과 함께 인연의 씨앗을 뿌리며 살아갑니다. 나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결코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없고 그 씨앗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수행으로서 정진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제 곧 민족의 명절 추석입니다. 농가월령가 8월(음)에 보면 “밭농사와 산의 과실들은 무르익어 뒷동산 밤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라. 산호같이 빨간 고추, 집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이 맑고 밝다. 햅쌀로 만든 술과 박나물과 송편·토란국을 조상께 제사 지내고 이웃집이 서로 나누어 먹세.”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오곡이 풍성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풍요속에서도 힘든 추석을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계사는 추석이 오면 종로구 관내 취약계층 500가구에 선물을 나누는 추석나눔 행사를 진행합니다. 주로 햇반, 국수, 김, 영양제 같은 간편식과, 마스크, 손세정제, 휴지, 비누, 치약, 수건 같은 생필품 등입니다. 조계사 가족들도 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성의껏 이웃과 정을 나누는 따뜻한 우리 문화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회화나무 꽃잎이 시나브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도 조금씩 불어옵니다. 마당에 떨어진 회화나무 꽃잎을 쓸다 보니 기온도 바람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세상 소식은 늘 불온하고 번뇌 망상을 불러오곤 합니다.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 주어진 삶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조계사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한가위 3일 기도를 봉행합니다. 9월 10일 추석에는 한가위 합동다례재가 봉행됩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선들바람 부는 청량한 도량에서 기도 정진의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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