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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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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주지 지현 합장

  • 2022년 11월

국화 단상(斷想)

조계사에 울긋불긋 향긋한 국화가 만발했습니다. 국화향 은은한 조계사 뜨락을 찾는 사람들 얼굴마다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국화축제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만 잠시나마 번뇌 망상을 잊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기원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가꾸기 나름입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수심결(修心訣)에 보면 “슬프다, 요즘 사람들은 미혹된 지가 오래되어 자기 마음이 참 부처인 줄 알지 못하고, 자기의 성품이 참 진리인 줄 알지 못해서 진리를 구하려고 하면 멀리 성인들만 추앙하고 부처를 찾고자 하면서도 자기의 마음을 관조(觀照)하지 않는다.”

 

“만약 마음 밖에 부처가 있고 성품 밖에 진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뜻에 집착하여 불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오랜 세월 몸을 불사르고 팔을 태우고, 뼈를 부수어 골수를 내고, 피를 내어 경전을 베끼며, 눕지 않고 오래 앉아 참선만 하며, 아침 한 끼만 먹으며 나아가 모든 대장경을 다 읽고, 온갖 고행을 닦는다 해도 이는 모래를 삶아 밥을 짓는 것과 같아서 다만 스스로 수고로움만 더할 뿐이다”

“바라건대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은 밖에서 찾지 말라. 마음의 성품은 깨끗해서 본래 스스로 원만한 것이니 단지 망령된 생각들만 여의면 곧 그대로가 부처이니라”하셨습니다.

 

꽃은 피었다 지기를 되풀이하지만 마음은 원래 스스로 한가롭습니다. 번뇌와 망상을 녹이고 자연의 법칙과 순리에 따라 청정심을 키워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변을 탓하지 않고 지족의 삶을 가꾸어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화 향기가 저리도 깊은데 얼마 안 있으면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입동입니다. 이제 곧 서리가 내리고 낙엽이 지겠지요. 국화 향기 그윽한 조계사 뜨락을 거닐다 잠시 멈춰 생각해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순리대로 흐름에 따릅니다. 그 흐름을 한 치도 거역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은 미련 없이 옷 벗을 채비를 합니다. 그리고 가진 것 없는 나목으로 서서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냅니다. 사람은 꾀를 부리지만 자연은 꾀를 부리지 않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무심하게 살아가는 도인처럼 자연은 자연의 법을 어기지 않습니다. 흐름을 거역하지 않는 자연의 무상심심 미묘한 법을 우리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과 가까워져야 하겠습니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덕스러워지고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집니다. 자연과 동화되면 머리를 굴리고 눈치를 살피고 꾀를 부리는 인간사의 이쪽저쪽, 그 번잡스런 번뇌와 탐욕의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자 별리(別離)의 계절입니다. 헤어지고 떠나가듯 달라지는 산색이, 붉게 물들어가는 산들의 풍광이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도량에서 마주친 보살님들과 국화꽃으로 이야기꽃을 피워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위축되었던 경제가 다시 국화 향기처럼 맑고 향기롭게 피어나기를 기원해봅니다. 절망하지 말라고 꽃은 피어납니다. 짙어가는 국화 향기가 그 말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11월 17일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오직 정성 가득한 기도와 아낌없는 응원만이 우리 수험생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1월 28일에 조계사는 김장나눔 행사를 진행합니다. 김치 한 포기라도 더 만들어 힘든 이웃들에게 나눠드렸으면 합니다. 먹을 것이 없는 시기는 아니지만 어려운 분들에게 김치는 겨울을 나는 식량이자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끼게 하는 사랑일 것입니다. 요즘은 주변에 대한 배려가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입을 것이 빠듯하여도 나누어 입고, 먹을 것이 조금 모자란 듯하여도 서로 나누어 먹고 그렇게 험한 세상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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