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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주지 지현 합장

  • 2023년 2월

희망의 씨앗을 심는 달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 갑니다. 우리 불자님들은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고 정진하면서 부처님의 가피를 경험하였고 호법신장님의 수호를 받으며 정성껏 살아 가고 계십니다. 우리 조계사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에 보름 기도와 함께 사천왕재를 모시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친숙한 사천왕님이시지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사천왕재를 모시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인왕경≫과 함께 신라와 고려에서 매우 존숭된 호국경전이었던 《금강명최승왕경》 「사천왕품(四天王品)」에 의하면 매달 8일과 15일에는 인간들이 부모에게 얼마나 효도하며 사는지, 그리고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며 얼마나 착하게 사는지를 시찰하였다고 합니다. 정월 초파일에 사천왕이 하늘사자에게 지시하여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도하는지, 부모 봉양을 잘 하며 순종하며 사는지, 수행자들을 잘 모시는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는지, 보시의 삶을 실천하는지 살피게 했습니다. 그리고 15일에 사천왕이 직접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확인하고 도리천에 올라가서 제석천왕에게 그 내용을 상세히 보고하였다고 기록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정월 대보름에 가내길상과 삼재소멸, 소원성취를 발원하며 사천왕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사천왕님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불자님들의 호법신장이신 사천왕님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신심을 다해 기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지국천왕(持國天王)입니다.

수미산 동쪽을 수호하는 신입니다. 황금타에 있는 천궁에 살며, 선한 사람에게는 상을 내리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줍니다.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은 허리를 짚고 있거나 손바닥에 보석을 올려놓은 모습으로 많이 표현됩니다. 국토를 지켜주는 신이라고 해서 지국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건달바와 부난다라는 부하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늘날 건달이라는 말은 건달바에서 나온 말입니다. 건달바는 육체가 죽은 뒤 다른 육신을 받아서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기만 맡고 사는 음악의 신입니다.

 

다음은 광목천왕(廣目天王)입니다.

눈을 부릅뜬 광목천왕은 서쪽을 수호합니다. 수미산 서쪽 중턱의 백은타에 살고 있으며, 입을 크게 벌려 큰 소리와 웅변으로 온갖 악귀를 물리칩니다. 오른손에는 삼지창을, 왼손에는 보탑을 든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죄인에게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며, 멀리 두루두루 볼 수 있다고 해서 광목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용과 비사사가 그의 부하입니다. 참고로 비사사는 살과 피를 빨아먹는 귀신입니다.

 

다음은 증장천왕(增長天王)입니다.

수미산 남쪽 유리타에 사는 신입니다. 만물을 소생시킨다고 하여 증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오른손에는 용을, 왼손에는 여의주를 든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습니다. 부단나와 아귀인 패러다를 부하로 거느립니다. 부단나는 달걀처럼 길쭉하게 생긴 귀신으로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고 산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문천왕(多聞天王)입니다.

부처의 설법을 빠짐없이 다 듣는다고 해서 다문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수미산 북쪽 수정타에 사는데 하얀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으며, 비파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힌두 신화에 나오는 쿠베라는 신이었다고 하며, 불교에 귀의한 후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천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찰과 야차가 그의 부하입니다. 야차는 숲에 사는 무서운 귀신이지만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천왕들은 기원법회의 주인공으로도 신봉되었으며, 사천왕의 보호를 받아 적병을 물리친다는 의미에서 신라와 고려시대에 사천왕도량이 많이 열렸다고 합니다. 사천왕은 호법신장으로서 널리 신장되어 어느 절에서나 사천왕을 봉안한 사천왕문을 볼 수 있습니다. 사천왕문은 사찰을 수호한다는 뜻도 있지만 출입하는 중생들에게 이 수호신들이 사찰 내의 모든 악귀를 쫓아내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은 사천왕님을 더욱 의지하고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2월은 입춘과 정월대보름, 그리고 사천왕재를 모시며 원력을 세우는 달입니다. 또한 강원도 월정사에서 생명살림 방생법회를 봉행합니다.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치는 달이고 기도원력이 충만한 달입니다. 새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고 희망의 씨앗을 심는 달입니다.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은 입춘 3일 기도를 시작으로 정월대보름과 사천왕재에 적극 동참하시어 2023년을 더욱 활기차게 준비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조계사는 기도가 끊이지 않는 영험한 도량입니다. 우리 조계사가 이와 같은 기운을 담고 있는 건 우리 불자님들의 지극 정성 덕분입니다. 이토록 영험하고 아름다운 도량에서 새해에도 우리 불자님들의 기도로서 맑은 기운을 가득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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