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인사말
2017년 12월 인사말
반야바라밀로 향하는 길가을 단풍이 최고 절정에 이르렀지만 자연의 이치 또한 거스를 수 없는지라 눈부심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인가 봅니다. 포항 지진으로 인해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고 수학능력시험은 일주일 뒤로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누구의 탓이라고 항변할 수도 없는 탓에 알 수 없는 불안감만 쌓여 갑니다. 원인과 결과의 진리에 순응하는 불가의 정신으로 바라보자면 이 또한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수능이 일주일 미뤄지고 입시생을 위한 특별기도 기간도 일주일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대비에 철저한 나라의 경우엔 이 정도 의 지진으로 시험일을 연기하지 않았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동안 너무 안일했고 무지했던게 분명합니다. 지진에도 꿋꿋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젊은이들로 키워야 했었는데 말입니다. 더욱 강인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강인한 사람으로 키워 나가는게 가정에서의 역할입니다. 언제 또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의 기지개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자가 될지 피하는 자가 될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직선으로 내달리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부딪히면 깨지게 마련이지만 곡선으로 신중하게 나아가는 사람은 직선보다 더딜지언정 아름다움과 진실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니 참 진리를 깨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허겁지겁 달려가기 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진리로 가는 길을 택할 줄 아는 지혜를 증득 할 수 있도록 정진해 가시기 바랍니다.
우리 불자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경전인 금강반야바라밀경은 조계종의 소위경전이면서 대승불교의 진수를 드러내는 경전으로서 동양학계뿐 아니라 서양학계에도 널리 알려진 경전입니다. 조계사는 공덕을 쌓고 지혜를 증득하고자 공 사상의 기초가 되는 반야경전인 금강경 3차 복장 불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한 해를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또 다가 오는 해를 맞이하는 자세 또한 남달라야 합니다. 금강이란 최고로 강한 것이 바로 마음임을 말해 주는 경전 입니다. 마음 밝히며 공덕을 쌓는 금강경 3차 복장 불사에 많은 동참 바랍니다.
또한 조계사를 중심으로 한 성역화 불사를 위해 원만한 회향을 염원해 주시고 함께 이끌어 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치유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이 시대 가장 크 고 웅장한 불사에 동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행복과 현실에서의 성공을 위해서 마음공부를 많이 하는 조계 사 불자들이 되시기을 기원합니다.
[회향回向, 마르지 않는 공덕의 샘]
지난 3년 동안 조계사는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삼존불 금강경 복장불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2015년 12월 12일 1차 복장불사에 이어 2016년 12월 31일 2차 복장불사를 마치고 이제 오는 12 월 20일 3차 복장불사를 통해 세 분 부처님께 금강경을 복장하는 3년 여에 걸친 복장 불사를 회향합니다.
복장불사의 회향을 맞으며 회향의 공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회향廻向이란 회전취향廻轉趣向의 준말로 공덕을 되돌린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쌓은 공덕을 모든 생명들에게도 이익이 되게 하거나, 모든 생명들도 깨닫게 하도록 돕는 것을 일러 회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쌓은 작은 공덕이라도 있다면 그 복덕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는 것은 정신적인 회향이고, 또 내게 적은 풍요라도 있다면 그 재물을 다른 이들을 위해 보시하는 것 또한 회향입니다. 그래서 회향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언제든 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서는 보현보살님의 십대서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열 가지 서원 가운데 마지막 10번째 서원이 보개회향원普皆迴向願입니다. 얻은 공덕을 모두 중생들에게 남김없이 돌려주겠다는 것이 바로 이 서원입니다. 법정 스님께서는 이 서원을 이렇게 풀어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여, 모두 다 돌려준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처음 예배하고 공경함으로부터 이웃의 뜻에 따르기까지 그 모든 공덕을 온 법계에 있는 모든 이웃에게 돌려보내어 이웃들로 하여금 항상 평안하고 즐겁고 병고가 없게 한다. 나쁜 짓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착한 일은 모두 성취되며, 온갖 나쁜 길의 문은 닫아버리고 인간이나 천상이나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은 활짝 열어 보인다. 이웃들이 쌓아온 나쁜 업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온갖 무거운 고통의 과보를 내가 대신 받으며, 그 이웃들이 모두 다 해탈을 얻고 마침내는 더 없이 훌륭한 보리를 성취하도록 힘쓰는 것이다. 보살은 이와 같이 남김없이 돌려준다. 허공계가 다하고 우리들 이웃의 세계가 다하고 이웃의 업이 다하고 이웃의 번뇌가 다할지라도 나의 이 돌려줌은 다하지 않을 것이다. 순간마다 계속하여 끊임없어도 몸과 말과 뜻에는 조금도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다.
회향은 우리 이웃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보살의 서원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다른 이웃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하는 일에 앞장서고 그것을 통해 모두가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실천이 바로 회향입니다. 그래서 과거 모든 큰스님들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쌓은 공덕을 혼자 가지면 그 공덕은 적고, 회향하면 한량없이 크다’고 하신 것입니다.
회향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과 같습니다. 내가 회향한 만큼 다시 차는 샘과 같습니다. 작은 공덕이라도 이웃에게 회향하면 그만큼의 공덕이 다시 생기니 이웃을 향한 회향은 너무도 기쁘고 행복한 보살의 실천입니다. 복장불사 회향을 맞아 모두가 마르지 않는 공덕의 샘이 되시길 바랍니다.
2017년 11월 인사말
시월 국화가 시월에 피기까지무엇에 끌려 이곳에 서 있는가!
무엇에 이끌려 거기에 서서 웃고 있는가!
무엇이 그리워 시월 국화 바라보며 울고 있는가!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니 매년 시월 조계사는 국화꽃의 화사한 자태와 은은한 향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향기로운 도량으로 변신합니다. 꽃을 바라보며 한 송이 두 송이 마음에 담는 사람도 있고, 함께한 도반에게 꽃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겨 주고자 셔터를 수없이 눌러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팔을 쭉 펴서 내가 꽃인 양 활짝 웃으며 찰칵 담아 봅니다.
추억을 쌓아가는 모습들을 먼발치서 가만히 바라봅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니 이곳이 바로 극락세상입니다. 우리 조계사 신도들이 항상 기도하고 정성을 모아 주신 공덕으로 조계사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기도 하고 기도의 도량이 되기도 합니다.
아함경을 살펴보면 도량불사는 부처님께서 새로이 탄생하신다는 의미와 같아서 그 공덕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는 성역화 불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계사 성역화 사업이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회향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우리 불자들의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도량의 성역화 사업과 동시에 미래 불교의 희망이 되어 줄 인재불사에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하여 11월 4일과 5일에는 ‘총본산 조계사 성역화 불사 원만성취를 위한 3천배 용맹정진’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오로지 기도와 정성만이 모든 기운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성역화 불사가 원만하게 회향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와 간절한 마음을 모아 주실 때입니다.
더불어 11월 5일에는 미래 불교의 희망이 되어 줄 우리 어린이들이 ‘나는 화가다’라는 주제로 그림그리기 대회에 함께 하게 됩니다.
불사의 공덕은 무량합니다. 그 공덕은 헤아릴 수 없다고 말씀하셨으니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수행하는 조계사 불자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도량불사의 공덕]
절에서는 여러 가지 불사佛事가 이루어집니다. 법당을 건립하거나 부처님을 조성하는 일도 불사이고, 불화를 모시거나 경전을 펴내거나印經佛事, 스님들이 입으실 가사를 짓거나袈裟佛事, 각종 재를 모시는 것은 물론,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도 불사라고 합니다. 실로 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다 불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사佛事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부처님의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부처님의 일이 아닌 것이 없으니 모두가 불사이지요.
불사를 좀 더 정확히 풀이하면 ‘부처님의 덕德을 드러내서 드높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사事라는 한 자에는 ‘섬기다’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불사佛事라는 말에는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사는 부처님 일이고, 부처님의 덕을 드높이는 것이고, 부처님을 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불사에는 한량없는 공덕이 따른다고 수많은 경전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처님과 스님들이 머무는 가람을 건립하는 불사는 부처님 당시부터 수 많은 불자들이 참여한 큰 불사였습니다. 빔비사라왕은 불교 역사상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를 건립했고, 급 고독장자는 기타태자의 땅에 금을 깔아 기원정사를 세웠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도량을 세웠을까요? 도량은 삼보가 항상 상주하며 대자비심을 일으키는 곳 이며, 신심과 의심과 분심으로 깨달음의 길을 여는 곳 이니 도량을 건립하는 것은 불보살을 탄생시키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고, 바로 이 땅을 불국토로 만드는 것이며, 이 도량 안에서 무량중생들이 다겁생래에 쌓은 온갖 업장을 녹이는 용광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도량을 만드는 것은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문을 만드는 것이며, 미혹한 중생을 제도하는 법륜을 굴리는 것이며, 고해에 시달리고 있는 무량중생들을 부처의 길로 인도하는 법열의 연화대를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사佛事를 통해 부처님과의 거룩한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 마음과 정성이 깃들어 있어야만 온전한 불사를 이룰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불사의 공덕에 대해 ‘비록 생사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빈궁한 집에 태어나지 않으며, 약소국이나 고독한 집에도 태어나지 않고, 항상 복덕이 넉넉한 집에 태어나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방삼세十方三世 어디에나 부처님은 항상 계시니 우리는 어느 곳에서나 부처님을 모시고 있고, 여러분이 지금 하고 계신 일이 바로 곧 불사佛事입니다. 언제나 부처님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덕을 선양한다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불사에 임해야 합니다.
그러하기에 총본산 조계사 성역화 불사는 우리 조계사 는 물론 한국불교가 융성할 수 있는 역사적 터전을 세우는 일일 것입니다.
2017년 10월 인사말
민족의 명절 추석여름 불볕더위가 지나고 어느새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힘들게 결실의 계절을 맞는 느낌입니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극심한 가뭄을 겪어서 파종과 모내기에 어려움을 겪었고, 여름에 접어들어서는 국지성 호우로 인해 비 피해를 보는 농가가 속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어려움을 뚫고 어렵게 결실을 이루어낸 것에서 우리 민족의 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수나라의 기록인 『수서』隋書 <동이전>에는 신라에서는 추석이 되면 임금이 음악을 베풀고 신하들로 하여금 활을 쏘게 하여 상으로 말과 옷감을 내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당나라의 기록인『구당서』舊唐書<동이전>에도 신라국에서는 8월 15일을 중히 여겨 음악을 베풀고 잔치를 열었으며 신하들이 활쏘기 대회를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사서에 이런 기록이 나온 것은 한가위가 신라만의 풍속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승려 엔닌圓仁 역시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 記』에 ‘8월 보름 명절은 다른 나라에는 없고 오직 신라에만 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추석秋夕을 가배嘉俳라고 하여 여자들은 길쌈대회를 했다는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즉, 남자들은 활쏘기를 하는 무술대회를 했고, 여성들은 베를 짜는 대회를 통해 경제활동을 뒷받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라의 명절이었던 한가위가 점차 중국과 일본으로 확대되어 지금은 세 나라 모두 성대하게 보내는 명절이 되었다고 보는 이도 있습니다. 이렇게 추석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입니다. 신라에서 비롯되어 고려, 조선에 이어져 오늘날에 이른 것입니다. 농경사회였던 당시에는 1년의 수확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명절이었고 가장 풍성한 명절이었습니다. 그 풍성함을 표현하는 추석 음식이 바로 송편입니다.
송편이 언제부터 추석을 대표하는 명절 음식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고려의 문인인 이색李穡이 지은 ‘목은집’에 송편의 일종인 팥소를 넣은 찰기장 떡이 등장하는 것에서 송편이 고려시대 때부터 일반화 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떡을 빚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풍습은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월병月餠을, 일본에서는 당고 月見團子라는 추석 음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월병과 당고 는 모두 보름달 모양을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송편은 반달을 닮았습니다. 둥근 보름달이 뜨는 날 왜 반 달모양의 송편을 먹었을까요? 그것은 현재의 만족보다 앞으로의 희망을 기원하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풍성한 명절 한가위입니다.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기약하는 송편을 나누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을 함께 나누시기 바랍니다.
[국화축제를 맞으며]
해마다 가을이 되면 우리 조계사 마당은 국화향기로 가득합니다. 매년 가을 국화축제인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가 개최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인 국화는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영화靈花라 하여 술로 만들어 마셨고,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하나로 칭송을 받아 왔습니다. 모든 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과 여름을 지나 날이 차가와진 가을에 서리를 이겨내며 홀로 피는 국화에서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 즉 찬 서리를 이겨내며 홀로 절개를 지키는 꽃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중국의 도연명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수많은 시 인묵객들이 국화의 덕을 칭송하여 시와 그림으로 찬미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 국화가 전래된 기록은 조선 세종 때 강희안 姜希顔이 지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 고려 충숙왕 때 중국의 천자가 보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충숙왕이 1300년대 초 재위를 하였기 때문에 국화는 700년 넘게 우리 민족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여러 가지 민속과 풍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조계사의 가을 국화축제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 는 경봉 스님의 설법에서 따온 말이기도 합니다. 경봉 큰스님은 어느 해 동짓달 초이렛날 법문에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산머리에 달 걸려 있으니 운문의 떡이요,
山頭月掛雲門餠 산두월괘운문병
문 밖에 물 흐르니 조주의 차로다.
門外水流趙州茶 문외수류조주다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참다운 삼매인가?
箇中何者眞三昧 개중하자진삼매
구월 국화는 구월에 핀다더라.
九月菊花九月開 구월국화구월개
큰스님의 법문 가운데 운문의 떡이란 중국의 고승인 운문 스님에게 제자가 ‘어떤 것이 부처를 초월하고 조사를 초월하는 말씀입니까?’라고 묻자 운문화상이 ‘호떡이 다餬餠.’라고 대답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 고벽암록 제77칙 운문호병, 조주의 차란 조주스님이 제자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은 뒤‘차나 한 잔 마시고 가게喫茶去’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두 분 스님이 언급한 호떡이나 차는 모두 삼매와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것을 흔히 다선삼매茶禪三昧라고 말하는 것처럼 차를 마시든 호떡을 먹든 모두가 도의 경지이고, 삼매의 경지라는 것입니다. 즉 있는 그대가 진리이고, 바로 삼매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구월에 국화가 피는 지극히 당연한 그 이치가 바로 참다운 삼매라는 말씀입니다. 가식없이 있 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가을이 익어가는 날 활짝 핀 국화의 모습에 흠뻑 빠져 보는 것, 그것이 바로 국화삼매이고, 또 경봉 스님이 말씀하신 참다운 삼매일 것입니다.
2017년 9월 인사말
생명의 소중함, 방생입추가 지나고 하늘이 제법 가을하늘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과 더불어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 향기를 싣고 오니 유난히 더운 여름을 지낸 올 해 가장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더니 폭우로 피해를 입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생계에 곤란함을 느끼며 살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이 가져온 재해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생의 업으로 인한 결과임이 분명 합니다.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계속하여 업을 짓고 쌓아만 감으로 이제는 소멸해 나가는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업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이치를 알아 차렸다면 업장 소멸을 위해 어떠한 수행이 필요한지 깨달아야할 때입니다. 방생은 자비와 선을 베풀기 위해 행하는 불교 의식 중에 하나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적극적인 선행을 함으로써 삼라만상의 덕을 갚는 불교적인 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생은 생명의 빛이요. 거룩한 덕행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하나인 불살생과 같은 맥락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공덕이 방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린다면 내면의 평화로움과 직면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와 인류에 평화를 선사할 것입니다.
개인의 평화가 나라의 평화를 만들고 나라의 평화가 인류의 평화가 되듯이 테러와 전쟁의 공포 속에 살아 가는 이들의 마음 속에 하루 빨리 평화의 꽃이 피어나길 기원해 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려 노력하는 삶 속에 평화의 에너지는 숨겨져 있습니다. 함께 수행하고 정진하는 가운데 그 에너지는 더욱 강건해지고 환한 빛으로 세상을 비춥니다.결국 그 빛을 따라 평화의 씨앗이 날아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자락이 만생명에게 축복의 씨앗을 선사하는 일이라 믿으며 또한 그 믿음이 현실에서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먼저 만물에 평화가 깃드는 자연스러운 삶의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거가 끝나면 왜 방생을 할까?]
불교의 첫 번째 계율은 불살생입니다. 산목숨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지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가장 큰 계율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한 생명을 살리는 방생은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오랜 전통입니다.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일화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느 날 개울가에서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아 막대기로 찌르는 장난을 치며 노는 광경을 보고 남에게 그런 일을 당하면 좋겠느냐고 타이르십니다. 그 말씀을 들은 아이들은 잡은 물고기를 모두 놓아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안거가 끝나면 방생을 할까요? 그것은 안거가 바로 방생의 정신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우기雨期 3개월 동안 외출을 하지 않고 한 군데 머물며 수행하는 안거를 하게 된 이유는 이 기간 동안 움직이게 되면 벌레들을 많이 죽이게 되어 의도하지 않아도 살생을 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기에는 자칫하면 사고를 당하기도 하기에 사람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까지 보호하기 위해 안거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거는 살생을 막기 위한 좋은 방책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방생의식을 따로 하지 않았을 뿐이지 안거에는 방생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교의 여러 경전은 물론 큰스님들이 방생의 공덕을 크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지도론〉에서는 “모든 죄업 중에 살생의 죄업이 제일 중하고 모든 공덕 중에서 방생이 제일”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광대사는 방생에 열 가지 공덕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쟁의 위험이 없다.一者無刀兵劫.
둘째는 기쁘고 길상스러운 일들이 모두 모인다.二者諸吉祥.
셋째는 건강하고 오래 산다.三者長壽健康.
넷째는 자손이 번창한다.四者多子宣男.
다섯째는 모든 부처님께서 기뻐하신다.五者諸佛歡喜.
여섯째는 은혜에 감응한다.六者物類感恩.
일곱째는 모든 재난이 없다.七者無諸災難.
여덟째는 천상에 태어난다.八者得生天上.
아홉째는 모든 악이 소멸된다.九者諸惡消滅.
열째는 복덕과 수명이 영원하다.十者永遠福壽.
불교의 의례집인 석문의범에는 적석도인赤石道人의 일곱 가지 방생법에 대한 말씀이 나오고 연지蓮池대사는 일곱 가지 살생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 생일, 둘째, 자식을 낳았을 때, 셋째는 제사 지낼 때, 넷째, 혼례, 다섯째, 연회宴會를 베풀 때, 여섯째, 기도할 때이며 마지막 일곱 번째로 살생하는 직업을 갖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좋은 날, 기쁜 날에 남의 생명을 뺏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러니 안거를 해제하는 날, 부처님이 수행자들의 오랜 수행과 덕을 기뻐하는 불 환희일에 방생을 하는 것입니다. 방생을 통해 수많은 공덕을 지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