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인사말
2020년 12월 인사말
마침표보다 쉼표와 느낌표를 찍자참 힘들게 달려왔습니다.
참 어렵게 달려 온 12월입니다.
하지만 2020년 한 해를 살면서 우리는 잃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메시지를 전달받은 한 해였다고 생각해보면 앞으로의 삶은 기도와 수행으로써 다져 나가며 살아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 기도와 수행이 얼마나 소중한 무기가 되어 주는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부처님의 법문을 통해 익히 깨달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도 소리가 멈추지 않는 조계사는 얼마나 큰 에너지를 품고 있는 도량인지 조계사와 함께하는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 한국불교 1번지로 손꼽히는지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은 신행 활동을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주와의 약속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으며 기도와 수행으로써 약속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지난 1년 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세상을 알아가고 이겨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도와 수행으로써 술술 풀어나가는 지혜를 증득하는 계기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지혜로움은 고난을 이겨 내는 최고의 요술봉입니다. 요술봉을 흔들며 나와 이웃의 삶에 행복의 꽃비를 내리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12월의 문을 열자 요술봉을 흔들어야 할 일이 수두룩합니다.
먼저 그 어느 해에 수험생들보다 힘들었을 우리 아이들의 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달입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정진하며 살아온 우리 아이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 힘찬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시간입니다. 그동안 조계사에서는 정성을 다해 수험생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늘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깨우칠 때까지 응원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세상의 첫 문턱을 넘는 이 시기에 우리 수험생들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이웃과 함께 하는 우리 조계사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눔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희망을 노래해야 합니다. 취약계층에 도움을 드리고자 다양한 활동을 해 왔고, 특별 재난 지역이 발생했을 때는 가장 먼저 달려가서 도움을 드렸습니다. 다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께서 복을 짓는 밑거름이었고 절망이 아닌 희망을 심어 주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조계사는 그동안 봉사 정신으로 힘차게 정진해 주신 25대 신도회가 막을 내리고, 바통을 받아 뒤를 이어 나갈 26대 신도회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보다 환희심 나는 신도회가 되고자 노력하는 우리 불자님들을 지켜보며 저 또한 수행의 끈을 단단히 잡고 매일 아침 머리를 만지며 수행자로서의 굳은 다짐을 하며 삽니다. 삼위일체 되어 함께 이끌어 주시는 우리 불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새해 소망등을 밝히며 참회와 기도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절기에 대한 바른 이해와 실천으로 가가호호 좋은 기운을 가득 담고 지냈으면 합니다.
그러한 의미로 12월 21일 동지법회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평소 참회와 기도로 보다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정성을 들이며 살아갑시다.
12월…….
마침표를 찍는 달이 아니라 쉼표를 찍는 달입니다. 쉼표 다음으로 물음표를 찍어 보고, 다시 느낌표를 찍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향한 고난의 순간을 잘 견디고 이겨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2020년 11월 인사말
부처님을 섬기는 마음가짐완연한 가을입니다.
조계사 도량의 국화는 가을 향기를 가득 머금고 활짝 피어나고 있고, 갈대는 가을을 쓸어 담느라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난히 기도객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우리 삶에 기도할 일이 많다는 건 그만큼 예측하기 힘든 일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이런 마음이 들때 우리 곁에 부처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고 그 가르침을 배우고 익힌 우리 불자님들이 계시기에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선한 영향력은 이렇게 온 세상을 물들이고 모두를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귀한 에너지가 되어 돌아옵니다.
그 이치를 잘 알기에 우리 불자님들은 마음을 다해 하루하루 기도하며 사는 것이겠지요.
11월은 입시생을 위한 기도로 온 도량 가득히 간절함이 묻어나고 정성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도하는 그 마음 자체가 사랑이고 정성이고 희망이 됩니다. 기도하는 삶 자체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 될 수 있으니 참으로 지혜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수험생들에겐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날이 될 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인생을 길게 보자면 수학능력시험이 그리 중요한 날에 속하지도 않지만 현실에 충실해 사는 우리 중생들에겐 이 날만큼 중요한 날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우리 아이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 놓을 수 있는 작은 창구가 되어 주는 어른들의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정성 가득한 기도와 아낌없는 응원만이 우리 수험생들의 에너지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면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그 얼마나 애를 쓰는지 도량에 핀 국화꽃을 보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꽃을 피우고, 향기를 전하고, 아름답게 회향 하는 일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배우고 깨닫습니다.
그저 말없이 기도하고 정성을 들이는 마음으로만 응원하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의 인생 또한 내 인생의 일부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도록 하십시오. 어떤 일에 직면한 당사자만큼 간절한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격려하는 마음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면 충분한 간섭입니다. 어찌 보면 관심을 쏟는 마음 자체도 간섭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절 인연을 만나 안타까운 마음만 간절합니다.
그래서 더욱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조계사 가족을 향한 저의 간절한 기도가 눈부신 빛을 머금은 강한 에너지의 파장으로 가가호호 잘 전달되기를 소망합니다.
경전 속에 이야기를 토대로 우리의 이러한 신심을 담아 조계사 극락전에 원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원불을 모심으로서 장애와 마장이 사라진다는 경전 속 이야기를 토대로 우리 조계사에서는 보살의 원력을 세세생생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원불모연은 우리네 삶에 있어서 모든 발원의 결정체입니다.
극락전 가내길상 일천불 복장 및 점안의식이 11월 5일과 6일 오전 11시에 거행됩니다. 날짜 확인하시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발원의 결정체는 부처님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원불모연은 내 안에 부처를 품고 사는 귀한 인연입니다.
모두 부처님 되십시오.
2020년 10월 인사말
코로나를 이겨낼 시월 국화향기올 한 해 무지개를 몇 번이나 보셨는지요.
유난히 파랗고 높다란 하늘을 보고는 사셨는지요.
참 각박한 마음이 드는 요즘 세상입니다. 파란 하늘 위에 흰 구름과 무지개가 그 어느 해 보다 자주 등장하는 날들이었고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하였거늘 혹시 여러분들 마음은 아직도 어느달에 머물러 요지부동 계절의 흐름을 모르고 살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연꽃 잔치는 끝이 났고 이제 시월 국화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계절은 어느덧 국화 향기가 물씬 풍기는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조계사 국화 향기가 여러분의 염원을 담아 세상 시름을 다 잊게하는 감로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시점에서 우리 조계사의 사례가 타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로 예불을 드리고 남을 위해 기도하며 자신을 바로 보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하는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은 타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합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말에 따르면 ‘현종실록’(1668년)에는 “팔도에 전염병이 크게 퍼져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홍역과 천연두로 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당시에는 홍역과 천연두가 크게 유행했던 탓에 백성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었다고 하지요.
예로부터 집안에 상喪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는 차례는 물론 기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차례와 기제사는 정결한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데, 전염병에 의해 오염된 환경은 불결하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하지만 역병이 돌 때 차례를 비롯한 모든 집안 행사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전염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지요. 사람 간의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여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도 집안의 경조사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고민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한가위 합동 다례재와 수륙재가 우리 불자님들의 근심을 한 풀 꺾어드릴 수 있으니 종무소를 통해 자세한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과감하게 집에서 지내는 추석 차례를 포기하고 합동 다례재로 모시고 이를 온라인 생중계로 함께 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든 시절입니다. 그러한 여러분을 위해 조계사 도량으로 향기로움이 가득한 가을을 전시해 놓을 생각입니다.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의 서원과 함께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울 수 있게 기도로써 장엄하는 가을 꽃도량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속에 코로나를 이겨낼 시월 국화향기를 가득가득 실을 수 있게 조계사가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힘든 일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조계사가 곁에 있음을 잊지마시고 기도로써 헤쳐나가는 힘을 기르도록 노력합시다. 기도가 멈추지 않는 조계사입니다.
조계사의 기도 힘은 바로 여러분을 위한 힘입니다. 그리고 두루 살피시는 부처님의 힘입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엔 도량 곳곳에 더욱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그리고 추억을 되새기며 미래에 대한 꿈을 펼쳐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고 합니다.
2020년 9월 인사말
행복을 위한 고삐얼마 전까지 장마와 집중 호우로 전국이 많은 수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구례지역은 섬진강의 범람으로 천여 가구가 물에 잠기는 수재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수해복구로 힘든 구례군민을 위한 화엄사 스님들의 봉사는 이웃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동체대비의 가르침이 되기도 했습니다. 조계사도 행복나눔 가피봉사단과 함께 긴급구호품을 화엄사에 보내 수해복구로 여념이 없는 구례 군민들을 위한 지원에 힘을 보태기도 하였습니다. 작은 도움이지만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온정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수개월 사회 전체가 합심하여 모범 K방역과 세계 최고 의료진 덕분에 코로나19가 잦아들어 잠시 일상을 찾아가는가 싶었는데 다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조계사 신도회에서는 벌써 수개월째 참배하는 불자와 신도들의 안전을 위해 전각마다 발열 체크 봉사를 이어가는 수고로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마음으로 시련을 극복하고자 하는 신도들의 자발적인 봉사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오래 지속되는 노고에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조계사는 오는 9월 6일, 금당사에서 봉행 예정인 하안거 회향 생명살림 기도법회를 조계사에서 봉행하고자 합니다. 예년 같으면 6천여 명의 불자들이 새벽부터 지역 곳곳에서 출발하여 방생 장소에 집결,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인연 영가들의 극락왕생과 백중의 취지인 생명살림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법한 법회를 진행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도 여러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대규모 이동 법회를 취소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조계사 가족 여러분은 혜량하여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하루속히 마스크 없이 웃음을 나누고 서로 보듬는 일상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제 따가운 햇볕도 누그러진다는 처서가 지났으니 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로 접어들겠지요. 조계사의 9월은 교육으로 시작됩니다. 불교대학이 개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년을 젊게 사는 백송대학 2학기 개강과 연이어 불교기본교육이 개강합니다. 어렵게 시작한 공부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초발심을 잘 간직했으면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신작용이 비록 텅 비어 형체가 없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주체라는 점을 밝히시면서 제자들에게 우리의 감각기관인 육근을 잘 다스리라는 법문을 강조하셨습니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거북이처럼 감추고 莊六如龜
마음을 성(城)처럼 견고하게 방어하고 防意如城
지혜로 마구니와 대적하니 慧與魔戰
싸움에 이겨 근심이 없네 勝則無患” <법구경>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는 부침이 많은 세계입니다. 잠깐 개었다가 잠깐 흐립니다. 그렇게 일희일비하며 번뇌·망상 속에 살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기쁨과 슬픔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기면서 변화무쌍한 세상을 사는 지혜로 삼았으면 합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다시 한번 행복을 위한 고삐를 다잡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