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인사말
2021년 12월 인사말
늘 이웃과 함께어느덧 12월입니다.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은 2021년을 어떻게 회향하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2022년을 한달여 앞둔 현실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요?
이제 우리는 역병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우리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지독한 바이러스와 수없이 싸우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싸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싸운다는 표현보다는 어르고 달래가며 사이좋게 지내야 할 일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야흐로 위드코로나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는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하고, 스스로 케어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고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고 말 것입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유명한 병원을 선택하여 질병을 치료한다 하여도 완치시킬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한번 병에 걸리면 완치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완치를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우리 인간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고 완치의 성과를 이룰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2022년도의 트랜드 중 하나가 ‘바른생활 루틴’이라고 합니다.
규칙적인 생활로 자기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바른생활 루틴이’는 삶의 리듬이 흐트러지기 쉬운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작은 규칙을 정해 실천하며 삶의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참으로 반가운 단어이자 훌륭한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도 바른생활 루틴이가 되어 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자신의 삶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움직임은 수행의 한 장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조계사 대웅전에는 바른생활 루틴을 실천하며 살고 계시는 불자님들이 참 많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조계사를 자주 오시지 못하지만 분명히 가정에서도 바른생활 루틴을 잘 실천하고 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12월에는 위드코로나라는 미션을 가슴에 품고 조계사 도량에서 보다 아름다운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늘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독거 노인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거 노인을 위한 집수리 봉사와 전기장판 나눔사업 등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가족은 서로를 위로하고 감싸 안으며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고자 함께 노력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힘을 내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겠지요.
우리 조계사는 어려운 이웃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지혜의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존재하겠습니다. 우리 불자님들께서도 항상 함께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어느덧 24절기 중에 22번째 절기인 동지가 다가옵니다. 조계사에서는 동지 맞이 3일 기도를 함께 합니다.
3일간(12월20일~12월22일) 정성을 담아 동지기도를 함께 할 예정이오니 여러분의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육조단경의 한구절을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칩니다.
심행(心行)하면 전법화(轉法華)요
불행(不行)하면 법화전(法華轉)이니
심정(心正)하면 전법화(轉法華)요
심사(心邪)하면 법화전(法華轉)이니라
마음으로 행하면 법화경을 굴리고
마음으로 행하지 않으면 법화경에 굴리게 되나니
마음이 바르면 법화경을 굴리고
마음이 삿되면 법화경에 굴리게 되느니라.
이 글에 담긴 의미는 매우 크고 넓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마음 속에 화두처럼 챙기고 다니시면서 이 구절이 뜻하는 바를 잘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2021년 11월 인사말
사랑하는 아들딸들아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너를 갖고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단다.
너를 만나고 아빠는
세상의 주인이 되는 느낌이었단다.
너를 낳아 기르면서 세상을 배웠고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갔단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왜 이렇게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한지.
수능을 하루 앞두고
긴장하고 있을 너의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구나.
부모 마음이란 그렇단다.
너의 뒷모습만 보아도 기분을 읽을 수 있고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봐도
너의 하루가 눈에 어른거린단다.
이렇게 소중한 내 자식이기에
각자의 삶 속에서 분주하여도
부모의 마음은
늘 너의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란다.
고생했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아!
정말 고생 많았어.
내일 하루가 네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명심하고
물 흐르듯이 평화롭게 가거라.
어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단정지어지겠느냐.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라준 너에게 감사하다.
엄마 곁에서 늘 환하게 웃어 주는
네가 있어 행복하단다.
아빠의 삶의 무게를 마음으로
이해해 주는 네가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단다.
부디 힘겨워 말아라.
부디 거뜬히 치러내길 바란다.
우리 마음을 다해 기도하자.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가치를 두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우리는 큰 공부를 하는 것이란다.
삶은 공부의 연속이니
우리 이 공부를 마치고 난 다음
더욱 지혜롭게 나아가자꾸나.
사랑한다.
내 아들딸들아!
2021년 10월 인사말
마음의 근육을 키워 행복을 저축하자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모두 코로나 이후 생긴 신조어입니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합니다. 코로나 블루는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상생활의 제약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지요. 국립국어원은 코로나 블루를 우리말로 코로나 우울감이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분노로 확산되는 ‘코로나 레드’까지 등장했습니다. 즉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경제적 위기에까지 이르게 되자,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고 탓을 돌리는 분노의 감정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레드에 이어 최근에는 ‘코로나 블랙’ 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암담하다고 여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것들이 마음에서 오는 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보다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겠지요.
기도와 명상을 통해 혼란한 마음을 잠재워야합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우리 부처님의 말씀은 한곳에 치중하지 않고 무한하고 방대하다는 것입니다. 경전 속에 답이 있으니 어려운 가운데에 더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불교적 치유 방법입니다.
요즘 코로나 블루로 인해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약된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몸이 아플 때는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치료해 나가야 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약으로만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완벽한 치료와 치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 5분 명상 또는 10분 명상만 해도 우리 뇌는 행복감을 느끼고 활력을 되찾는다고 합니다.
최근 급부상하는 명상과학이라는 분야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코로나 시국에 명상만큼 효엄이 있는 치료제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은 마음 근육을 단단히 하는 특효약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불자님들은 부처님의 법이 얼마나 수승한 진리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희유하리만큼 뛰어난 법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이십니다.
한량없는 지혜와 복덕을 간구하는 우리에게 그 길로 인도해 주시는 참 스승입니다. 불자로 사는 삶은 참 행복한 삶을 선택한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 항상 기도하고 공부하며 사는 불자님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실 것입니다.
참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아픈 마음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계사에서는 불자님들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치유 법회를 열고 도량 곳곳에는 치유의 꽃을 장엄합니다. 우리 조계사가 여러분의 지친 마음을 다시 끌어 올려 활기를 되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은 지혜를 발동하여 보다 성숙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전을 통해 지혜를 구하고 명상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반드시 행복한 날을 맞이하실 겁니다.
마음의 근육을 단단히 키워 나가는 삶은 행복을 저축하는 길입니다.
2021년 9월 인사말
희망의 선들바람다행입니다. 말복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데 아침저녁으로 제법 바람이 선선합니다. 당연한 계절의 순환인데 지구촌 곳곳이 가뭄, 홍수,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해졌습니다. 인류가 환경을 소홀히 한 탓에 기후위기라는 말이 이제는 피부에 와닿습니다. 폭염과 열대야, 주춤하던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까지 우리의 삶도 위기의 시간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을 간소화하고 자신의 중심을 잡는 기도 수행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백중 49재 기간은 유난히 폭염이었습니다. 갑작스런 감염자수 증가에 격상된 방역지침으로 도량에 의자도 치우고 대웅전은 참배만 가능했습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뙤약볕 마당에서 수건 한 장만 펼치고 108배를 이어가는 노보살님이 잊히지 않습니다. 기도 원력이란 이런 것이겠지요. 말씀은 없었지만 “내 기도 공덕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이 극락왕생하길 발원합니다.”하는 간절한 기도였겠지요. 기도의 원(願)과 이를 성취하겠다는 정진력이 무릎을 파고드는 아픔도 이겨내셨겠지만 참으로 송구했었습니다.
조계사 가족들은 오늘의 이 위기가 어쩌면 우리에게 닥칠 더 큰 위험을 막고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도에 전념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기도가 일상이 되는 원력을 세웠으면 합니다. 가능하면 가족과 친척,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희망의 원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면 더 말할 수 없는 기도 공덕이 되겠지요. 힘들고 어렵겠지만 우리의 공업(共業)과 자신을 괴롭히고 놔주지 않는 번뇌, 번민, 갈등 같은 심란함도 기도의 힘으로 잘 이겨내야겠습니다.
어느덧 선들바람이 대지를 식히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쾌유와 희망의 소식들이 전해지길 기대해봅니다.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조계사는 한가위 3일 기도가 진행됩니다. 이번 추석에는 사랑하는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여러분의 기도원력의 힘을 나누는 넉넉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