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인사말
2022년 12월 인사말
나눔은 행복나눔은 행복
어느덧 나눔의 달 12월이 돌아왔습니다.
우리절 조계사에서는 지난 11월 말부터 따뜻한 마음으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겨울나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기장판을 나누어 드렸고, 김장 나눔을 통해 보시의 정을 함께 하였습니다. 12월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보시를 통해 아름답게 회향하는 달이며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마음을 다지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우리 조계사 불자님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안고 묵묵히 실천하며 살고 계시니 문득 ‘바르게 보고, 바르게 실천하는 것’에 늘 진심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어떤 일의 진상이 드러나기 전에 ‘이것은 분명히 진실일 것이다.’란 확신을 갖고 판단했는데 알고 보니 틀린 것이라고 판명이 나서 허탈했던 기억들 말입니다. 분명히 진실이라 생각했고 그럴 리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꼈던 허탈감이란 설명하기 힘들 만큼 난감하게 됩니다. 앞으로 사물을 어떤 자세로 바라봐야 하며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물을 봐야 진실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불교에 따르면 모든 것은 어느 무엇으로도 고정되어 있지 않아 뭐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공’이다 라는 말입니다.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인연에 따라 생(生)했다가 멸(滅)하는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연기’라고 하지요.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 공에 해당한다면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연기에 해당합니다. 세상이 늘 그대로라면 결론은 하나이겠고 눈에 그대로 보이겠지만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에 고정된 잣대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늘 어긋나게 되어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평상심이 도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평상심일 때 진실이 보인다고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진리를 보는 것은 내가 없이 보는 것이고 관찰자 없이 관찰하는 것입니다. 다만 진리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순수하고 열정적이어야만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화두 참구는 우리 불자들의 필수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2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여러분은 불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손에 쥐고 계시는지요? 세속의 계산법으로는 절대 맞을 수 없는 정답이 있음을 깨닫고 남은 한 달을 용맹정진하는 마음으로 살아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나누는 삶을 통해 행복의 가치를 느끼는 불자님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나누면 따뜻해집니다.
나누는 삶을 통해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햇살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 조계사에서도 동지를 맞이해서 따뜻함을 나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마음을 다해 따스함을 전하는 동지기도에 여러분의 많은 동참 바랍니다.
2022년 11월 인사말
국화 단상(斷想)조계사에 울긋불긋 향긋한 국화가 만발했습니다. 국화향 은은한 조계사 뜨락을 찾는 사람들 얼굴마다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국화축제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만 잠시나마 번뇌 망상을 잊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기원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가꾸기 나름입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수심결(修心訣)에 보면 “슬프다, 요즘 사람들은 미혹된 지가 오래되어 자기 마음이 참 부처인 줄 알지 못하고, 자기의 성품이 참 진리인 줄 알지 못해서 진리를 구하려고 하면 멀리 성인들만 추앙하고 부처를 찾고자 하면서도 자기의 마음을 관조(觀照)하지 않는다.”
“만약 마음 밖에 부처가 있고 성품 밖에 진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뜻에 집착하여 불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오랜 세월 몸을 불사르고 팔을 태우고, 뼈를 부수어 골수를 내고, 피를 내어 경전을 베끼며, 눕지 않고 오래 앉아 참선만 하며, 아침 한 끼만 먹으며 나아가 모든 대장경을 다 읽고, 온갖 고행을 닦는다 해도 이는 모래를 삶아 밥을 짓는 것과 같아서 다만 스스로 수고로움만 더할 뿐이다”
“바라건대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은 밖에서 찾지 말라. 마음의 성품은 깨끗해서 본래 스스로 원만한 것이니 단지 망령된 생각들만 여의면 곧 그대로가 부처이니라”하셨습니다.
꽃은 피었다 지기를 되풀이하지만 마음은 원래 스스로 한가롭습니다. 번뇌와 망상을 녹이고 자연의 법칙과 순리에 따라 청정심을 키워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변을 탓하지 않고 지족의 삶을 가꾸어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화 향기가 저리도 깊은데 얼마 안 있으면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입동입니다. 이제 곧 서리가 내리고 낙엽이 지겠지요. 국화 향기 그윽한 조계사 뜨락을 거닐다 잠시 멈춰 생각해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순리대로 흐름에 따릅니다. 그 흐름을 한 치도 거역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은 미련 없이 옷 벗을 채비를 합니다. 그리고 가진 것 없는 나목으로 서서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냅니다. 사람은 꾀를 부리지만 자연은 꾀를 부리지 않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무심하게 살아가는 도인처럼 자연은 자연의 법을 어기지 않습니다. 흐름을 거역하지 않는 자연의 무상심심 미묘한 법을 우리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과 가까워져야 하겠습니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덕스러워지고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집니다. 자연과 동화되면 머리를 굴리고 눈치를 살피고 꾀를 부리는 인간사의 이쪽저쪽, 그 번잡스런 번뇌와 탐욕의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자 별리(別離)의 계절입니다. 헤어지고 떠나가듯 달라지는 산색이, 붉게 물들어가는 산들의 풍광이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도량에서 마주친 보살님들과 국화꽃으로 이야기꽃을 피워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위축되었던 경제가 다시 국화 향기처럼 맑고 향기롭게 피어나기를 기원해봅니다. 절망하지 말라고 꽃은 피어납니다. 짙어가는 국화 향기가 그 말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11월 17일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오직 정성 가득한 기도와 아낌없는 응원만이 우리 수험생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1월 28일에 조계사는 김장나눔 행사를 진행합니다. 김치 한 포기라도 더 만들어 힘든 이웃들에게 나눠드렸으면 합니다. 먹을 것이 없는 시기는 아니지만 어려운 분들에게 김치는 겨울을 나는 식량이자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끼게 하는 사랑일 것입니다. 요즘은 주변에 대한 배려가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입을 것이 빠듯하여도 나누어 입고, 먹을 것이 조금 모자란 듯하여도 서로 나누어 먹고 그렇게 험한 세상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2022년 10월 인사말
기도의 공덕우리 조계사 가족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기도를 하시나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법당에서 철야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을 보면 항상 궁금합니다. 안 그러시겠지만 혹시 기도를 하면서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원망하고 자리다툼을 하지는 않으신가요?
기도는 자애심과 자비심으로 해야 합니다. 남에게 베풀 줄 아는 마음으로 함께 슬퍼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다른 이의 아픔을 다독거리는 마음으로 기꺼이 다른 이의 즐거움에 웃어줄 수 있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불보살님과 신중님은 무량한 가피를 내려 여러분을 지켜줍니다. 우리의 저 어린 날, 깊은 밤중이나 새벽녘에 정화수 한 그릇 떠 놓고 두 손 마주 비비며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치성드리는, 흰 옷 입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집안에 우환이 닥쳤을 때 불보살님과 신중님의 가피가 어머니의 사랑처럼 찾아옵니다.
이러한 기도의 공덕은 참으로 무량합니다. 중생의 소원이 참으로 무궁하기 때문입니다.
기도의 첫 번째 공덕은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연민의 마음을 내어 나를 지켜주신다는 것입니다. 말도 하지 못하는 갓난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면 엄마의 마음은 찢어집니다. 이 마음이 바로 슬퍼하고, 번민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는 중생을 바라보는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기도의 두 번째 공덕은 임종할 때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기도와 수행을 열심히 하면 죽음의 순간에도 인생을 행복하게 마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삶의 주인인 것처럼 죽음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두려움 없이,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기도의 세 번째 공덕은 가는 곳마다 청명한 이들이 나의 도반이 됩니다. 불보살님들이 나의 도반이 되어 줍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 나를 아껴주는 도반이 있다는 것은, 기쁘고 즐거울 때 함께 웃어주는 도반이 있다는 것은 진정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기도의 네 번째 공덕은 무량한 가피가 쌓여 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라밀은 슬픔도 괴로움도 없는 부처의 세계로 가는 길이며 고통의 강 너머에 있는 언덕입니다. 기도의 다섯 번째 공덕은 금생에도 다음생에도 복덕과 지혜가 원만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번 생은 물론 다음 생에도 복덕과 지혜가 이어집니다. 그러니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기도의 공덕은 이처럼 무량합니다. 늘 부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믿음으로 행복하게 기도하고 공덕을 쌓으시기 바랍니다.
10월 4일(음 9월 9일) 조계사에서는 중양절 수륙재를 봉행합니다. 보통 천도재는 망자 개인을 천도하기 위한 의식이지만 수륙재는 나와의 인연뿐만 아니라 수륙(水陸)을 떠도는 유정무정의 무주고혼을 천도하기 위한 의식으로 옛날부터 민심수습 차원에서 국가적으로도 설행하는 불교의식입니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 각종 불교의식이 모두 금지된 속에서도 수륙재만큼은 국가의 후원을 받아 설행되었으니까요. 수륙재에서는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가 차별 없이 평등합니다. 살아있는 자는 풍성한 음식을 베풀어 외로운 영가를 위로합니다. 허공을 떠돌던 영가는 극락왕생을 하고 살아있는 자는 공덕을 쌓습니다.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동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조계사의 시월은 국화축제 <시월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로 시작됩니다.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가을의 정취와 국화향기로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벌써 11회를 맞는 어린 화가들의 그림잔치 ‘나는 화가다’, 조계사 문화본부 예술재 ‘지음’, 불교대학총동문회 문화대축전, 지역본부 창립기념 승보공양법회, 일자리 나눔 채용 박람회, 음악이 있는 야경템플스테이가 열리는 등 국화축제와 더불어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시월의 따스한 햇살과 국화향기 가득한 조계사 도량에서 언제나 행복한 마음으로 기도하기를 기도합니다. 기도를 하면서 더 행복해지고 기쁨이 더 커지기를 기도합니다.
2022년 9월 인사말
회화나무 꽃잎을 쓸며텔레비전에서 인터넷에서 우리는 참 많은 사건과 사고를 접하게 됩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일이 나에게도 생겼다는 안타까운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아주 잠깐이지만 나의 주변을 되돌아봅니다. 그렇습니다. 천재(天災)이든 인재(人災)이든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요즈음 우리는 자신뿐 아니라 이웃을 걱정해 주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최근 조계사 불자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백중49재 기도를 원만 회향하고 백제 천년 고찰 마이산 금당사로 하안거회향 생명살림 방생법회를 다녀왔습니다. 3년여 만에 2천5백여 대중이 함께 모여 정성껏 재를 올리고 생명살림 방생법회를 하였습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귀한 인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체득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백중 49재 기도 동안 더위를 이겨내며 기도했던 간절한 그 발심과 정진 또한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비와 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며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주변의 보잘 것 없는 쇳덩이도 대장간의 이글거리는 불로 달구어지고 담금질되어 비로소 호미, 낫, 도끼 등 쓸모있는 연장으로 태어납니다. 기도는 그런 지난한 극기의 과정을 견뎌야 성취하게 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고, 그들과 함께 인연의 씨앗을 뿌리며 살아갑니다. 나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결코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없고 그 씨앗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수행으로서 정진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제 곧 민족의 명절 추석입니다. 농가월령가 8월(음)에 보면 “밭농사와 산의 과실들은 무르익어 뒷동산 밤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라. 산호같이 빨간 고추, 집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이 맑고 밝다. 햅쌀로 만든 술과 박나물과 송편·토란국을 조상께 제사 지내고 이웃집이 서로 나누어 먹세.”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오곡이 풍성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풍요속에서도 힘든 추석을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계사는 추석이 오면 종로구 관내 취약계층 500가구에 선물을 나누는 추석나눔 행사를 진행합니다. 주로 햇반, 국수, 김, 영양제 같은 간편식과, 마스크, 손세정제, 휴지, 비누, 치약, 수건 같은 생필품 등입니다. 조계사 가족들도 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성의껏 이웃과 정을 나누는 따뜻한 우리 문화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회화나무 꽃잎이 시나브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도 조금씩 불어옵니다. 마당에 떨어진 회화나무 꽃잎을 쓸다 보니 기온도 바람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세상 소식은 늘 불온하고 번뇌 망상을 불러오곤 합니다.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 주어진 삶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조계사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한가위 3일 기도를 봉행합니다. 9월 10일 추석에는 한가위 합동다례재가 봉행됩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선들바람 부는 청량한 도량에서 기도 정진의 모습으로 뵙겠습니다.